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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매물 없어요" 청량리, 3000가구 입주 앞두고 잠잠한 까닭

  • 2023.03.10(금) 09:44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5월, 청량리역 롯데캐슬 7월 입주
"대기 매수자만 30명…매물 없어 중개 못 해요"
시장 침체에 '눈치만'…실거주 해제에 매도 대신 전세로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6번 출구 인근에서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외관 공사만을 남긴 건물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하늘 높이 고개를 들어야 했다. 이들 단지는 청량리 일대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건물 사이 도로 확장공사도 마무리 단계로 공사장 주변에서는 신호등 대신 안전 요원들이 차량을 안내했다.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청량리 인근에서는 약 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동대문구 용두동 인근 A 중개업소는 전화 문의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A 중개업소 직원은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지난 1월 입주)로 이사 들어오는 손님을 위해 단지 관리사무소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A 중개업소 대표는 "청량리역 인근 신축 단지에서 나온 '분양권 매물'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며 "집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어 "현재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분양권을 매수하려는 대기자만 30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해 분양권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설명이다. 청량리 일대 개발로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아울러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예고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매보다는 전세 계약을 원하고 있다.

청량리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경./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매물 실종…팔겠다는 집주인이 한 명도 없어요"

이날 청량리역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들은 "가끔 매매가를 묻고 가는 집주인은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온 매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동부청과시장구역 재개발)은 4개 동, 최고 59층, 총 1152가구 규모로 오는 5월 입주 예정이다. 지난 2019년 4월 분양했으며 당시 가격은 전용 84㎡ 기준 8억1800만~10억8200만원 수준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분양 6개월 후인 지난 2019년 10월 전용 84㎡가 9억28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다.

현재 이 단지의 매물은 하나도 없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분양권은 최근 거래 내역이 없어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물 중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경./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인근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청량리 인근 단지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라며 "청량리 개발이 완료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청량리4구역 재개발)는 오는 7월 입주 예정으로 최고 65층, 5개 동, 총 1425가구(오피스텔 528가구 미포함) 규모다. 지난 2019년 7월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는 8억4620만~10억8470만원이었다.

이 단지의 분양권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억~5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총 3건이 거래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23일 최고가 13억552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그러나 지난 1월20일 같은 조건의 분양권이 11억6670만원에 거래되면서 프리미엄이 2억원가량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은 지금 분양권을 내놓아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분양 당시 입주를 염두에 두고 청약했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없다면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거주 의무 완화 혼란…전세만 나와"

실거주 의무 완화를 예고하면서 청량리역 인근 신축 집주인들이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보다는 전세 계약을 원하고 있는 점도 매물 실종 이유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1월3일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곳에서 전매 제한을 1년으로 완화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1월 20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3월 중 시행된다.▷관련기사: 5일부터 강남3구·용산 외 규제지역 다 풀린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1.3 부동산 대책으로 이달 분양권 매매가 가능해진다. 원래는 오는 5월 입주가 시작되면 소유권 등기 후 매매할 수 있었지만 규제 완화로 전매 가능 시기가 두달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인근 D 중개업소 대표는 "원래 이쯤(준공 2달 전)이면 분양권 매도·매수 문의가 활발하지만 최근 상황이 불확실해 집주인들이 눈치 보기를 하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경. / 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전세 매물은 많다. B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세 매물이 늘었다"며 "최근 부동산 침체와 함께 분양권 프리미엄도 낮아지면서 '집을 팔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매물 0건, 전세매물(동일 매물 제외) 64건이다. 지난1월 입주한 인근 청량리역해리텅플레이스의 경우에도 매매 물량은 1건, 전세 매물은 95건이다.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개정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전세계약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매제한 완화 등 시행령 개정안과 달리,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여당과 야당이 이해관계를 조정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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