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세에서 월세로 가파르게 전환했던 임대차 수요가 다시 전세로 쏠리고 있다. 월세는 오른 반면 전셋값은 급락한 데다가 대출 금리가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던 전셋값 하락세도 완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금리 인상 속도가 잦아든 영향 등으로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던 흐름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셋값 떨어지고 금리 내리자 거래량 '쑥'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 1440건(3월14일 집계 기준)으로 전달(1만74건)보다 1400건가량 늘었다. 신고 기한이 보름 정도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49.5%까지 줄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해 지난달에는 57.8%를 기록했다.
전셋값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하며 주택 매매가와 함께 급락세를 기록한 바 있다.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월세화' 현상도 이어졌다. 높은 대출 이자를 내느니 월세를 내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하지만 한때 7%대에 달했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대로 하락하고, 반면 월세는 지속해 오르면서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요자들은 항상 주거비 부담이 덜 한 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며 "최근 시중은행 등이 전세자금대출을 내리면서 부담이 줄어 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락세 완화…서울은 내년 반등' 전망도
전세 수요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전셋값 급락세도 점차 완화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의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입주가 몰린 영향으로 전셋값이 떨어졌지만,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다시 줄어든다"며 "가격 하락으로 전셋값에 대한 매력도도 높아진 만큼 당분간 전세 거래가 늘고 낙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 원장 역시 "지금 강남에 입주 물량이 많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물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에 따른 전셋값 하락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의 경우 낙폭이 줄어들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줄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 흐름도 나타나면서 매매가와 전셋값의 동반 하락 흐름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할 때는 가격이 함께 떨어질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매매가와 전셋값은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초기에는 매매 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추락했다가 이후에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매맷값이 상승하면 전월세 가격은 내리는 식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