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빠르게 확산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년 전 전셋값이 급등했던 영향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보증금 반환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임차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위기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도와줄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거나 추가 대출의 부실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원 기준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역전세난 공포에…정부, 보증금반환 대출 완화 검토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 부처는 역전세난 문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이 내려가서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줄 경우 다른 대출 끌어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보증금 반환) 대출을 해주자는데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급증한 데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반환 사고 금액은 월 600억원대에 그쳤는데 하반기 들어 1000억원대에 올라섰고, 올해 3월에는 3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집잇슈]떼인 전세금 벌써 1조원…'적자 전환' HUG 어쩌나(5월 18일)
문제는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년 전 집값이 폭등하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급등했던 영향이다. 이후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이런 계약들의 만기가 도래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도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이를 이용할 수 없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도덕적 해이·대출 부실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당장 임차인들의 피해가 크게 확산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집주인 대출이 늘어날 경우 다음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원 대상이나 대출 한도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지원 시기도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고 이런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대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셋값이 오를 때는 집주인들이 이득을 취하고, 내릴 때는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는 모양새여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지원 대상을 까다롭게 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반환 대출로 전세 시장이 더욱 혼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경우 새로운 세입자는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추가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출 금액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전세대출 규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분별한 전세대출 활성화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게 역전세난을 유발한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 시장에 전세 대출로 유동성을 과하게 공급한 탓에 집주인들이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더 커진 결과를 낳게 됐다"며 "근본적으로는 이 유동성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환 능력이 되지 않은 임대인들에게 추가 대출을 해줄 경우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새 임차인이 집주인의 추가 대출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