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조속히 추진하라!'
13일 방문한 오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조용하고 외진 동네였지만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에 대한 염원은 뜨거웠다. 곳곳에서 고속도로 재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양서면뿐만 아니라 양평 일대는 상습 정체 구간인 6번 국도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필요성이 높다. 그러나 예타 노선과 달라진 종점에 대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백지화' 사태로 치달았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마련한 현장 설명회에 참석해 예타 원안의 종점(JCT), 양평 1안의 강하 IC, 대안의 종점(JCT) 지점을 직접 가보고 주민들의 반응도 살펴봤다.
도로에 JCT까지 "원안대로 하면 삶의 질 떨어져"
먼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2021년 통과)에서 계획됐던 종점인 양평군 양서면 중동길 208부터 둘러봤다.▷관련기사:[기자수첩]양평고속도로, 왜 바뀌었냐고 물었더니 판을 엎었다(7월12일)
이곳은 인근에 교량(중부내륙고속도로)이 있고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이 770가구에 달해 JCT 설치 시 경관 훼손, 터널 확장, 소음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이날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현장 브리핑에서 "(원안대로 JCT를 설치할 경우) 인근에 교량이 위치해 주변 경관을 많이 훼손하게 된다"며 "아울러 전후 구간에 위치하는 터널 간 간격이 1.2km밖에 안 돼서 JCT를 설치하게 되면 교차로 때문에 터널을 다 확장해야 하는 등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구용 청계2리 이장은 "이미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동네 중심을 잘라버렸는데 JCT까지 들어서면 다리가 또 서는 것"이라며 "이 밑에 있는 집들은 조건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동네가 분지다 보니까 타이어 가루가 뜨고 최근 안개도 많이 생긴다"며 "조용하게 살려고 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여기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도 아니고 JC가 내려오는 건데 이건 저희한테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원안을) 찬성하는 분들이 5%도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평군에서 제시한 양평 1안의 강하 IC 지점인 강하면 운심리 산 41-2도 가봤다. 이는 원안에 IC를 추가한 안으로 경기도에선 이를 애초 사업 목적에 가장 부합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입지상으로는 산이 있고 도로가 구불구불해 버스가 진입해서 돌아 나오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상화 부사장은 "도로 사정이 굉장히 불리하기 때문에 여기에 (JCT를) 붙이게 되면 도로 시설 개량, 확장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여건상 교통량도 적기 때문에 접속하기가 위치상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안 노선 ok 백지화 no
대안 노선의 JCT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기 634-2에 위치해 있다. 이 노선 역시 강하 IC 신설안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비교적 일자로 노선을 이을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지만 이렇게 되면 예타의 노선에 비해 55%가 바뀌는 셈이다. 더군다나 대안 노선이 두 달여 만에 도출됐다는 점도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대안 노선의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위치한다는 점에서 '특혜'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양평~이천 고속도로는 실시설계까지 끝났는데 노선도 기존과 완전 바뀌었고 시종점도 완전 다르다"며 "과정 과정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다보면 많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상화 부사장은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예타 결과물도 보고 현장 조사도 했다"며 "2개월이면 방향 정도는 제시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타에서 4가지 쟁점을 통해 대안 노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출입시설 △자연보호 △위치 적정성 △교통량 등이다.
이 부사장은 "남종 IC에서 양평 JCT까지 약 15km 되는데 출입시설이 없어 접근할 수 없는 도로가 된 것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울러 생태자연보호구역, 남한강, 철새도래지 등 생태 우수 지역을 관통해서 환경 피해가 적은 노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평 JCT가 고교각 교량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IC를 붙일 수 있는 노선을 먼저 검토했다"며 "여주 등 대부분 남쪽에서 올라와 우리 도로를 타고 서울로 접근하는 교통량이 90%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안 노선의 합리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갖지 않고 원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것에 대한 주민들의 답답함은 여전한 모습이다.
박구용 이장은 "(노선 변경) 관련해서 주민 참여는 전혀 없었다"며 "싸우는 건 알아서 싸우고 정확한 팩트(원안 반대 이유 등)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용욱 국장은 백지화 선언 이후 절차 관련 "이런 사례는 없었다"며 "저희도 어떤 절차와 행정 프로세스로 해야되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