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국민이 선호하는 민간의 공급 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 2022년 8월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현 정부는 약 1년 전 임기 내 5년간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정부와는 다르게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당시 주택 시장이 침체하고 있어 너무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 공급과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1년여 만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정부 주택 공급의 축으로 치켜세웠던 민간이 주택 사업을 크게 축소한 영향이다. 이제는 과잉 공급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주택 공급 위기' 인지…대책 마련 분주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이 계획과는 다르게 크게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빠르게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민간뿐 아니라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시공 사태까지 불거지며 공공주택 공급도 차질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처다. 기존의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관련 기사: [집잇슈]원희룡의 '비상' 선언…그래서 주택 공급 어떻게?(8월 3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주택 공급의 초기 비상 단계의 흐름을 반전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9~11월에 집중해서 연말 공공물량 목표를 맞추거나 넘길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인허가와 착공이 맞물려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에는 "추석 전 이달 20~25일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략적인 대책의 방향도 언급했다. 우선 공급의 주축인 민간에 대해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장관은 "대규모 사업장을 가진 일부 건설사의 경우 만기 돌아오는 채무들을 당장은 막을 수 있는데, 그 다음 번 만기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추가 출자를 하거나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수익성 좋은 사업장을 매각해 현금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없도록 자구책을 금융당국·채권단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정된 공급 물량을 앞당기는 대책도 담길 전망이다. 그는 "토지 인허가 등 주택 공급의 비금융적 요인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정책은 이번 정부 출범 당시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지난 1일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9월 중에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연일 관련 메시지는 내놓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에 건설사 공급나설까?
전문가들은 애초 이번 정부가 내놓은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이 다소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모은다. 특히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사업의 경우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정부가 공급 위축을 빠르게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 원 장관은 "과거 공급이 충분하다고 거짓말하다가 정부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압도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주택 공급의 방향이나 목표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대외적인 변수를 제거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재비 인상과 인건비 상승, 또 최근 LH 사태까지 터지면서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건설사들이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주택 공급에 나설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됐다"며 "현 정부가 이런 흐름을 초기에 인식하고 조기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민간 건설사가 이에 맞춰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송 대표는 "미분양 주택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러하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예전 가격으로도 분양이 안 되고 있는데 최근 분양가가 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지금 민간 공급이 위축한 주요 원인은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굉장히 떨어졌다는 점"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더 풀어주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일부 규제 완화와 함께 사전 청약 확대 등으로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는 방식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대표는 "당장 물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 청약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