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달 20일 내놓을 주택 공급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등을 통해 활로를 터주고, 공공 주택의 경우 기존 공급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는 것은 최근 민간·공공 영역 모두 주택 사업이 위축해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이 크게 모자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공급이 줄어들 경우 자칫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시장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시그널만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건설사들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부각할 경우 되레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 단계"…추석 전 주택공급 대책 발표
정부는 오는 추석 연휴 전에 금융 지원과 인허가 규제 완화 방안 등이 담긴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달 20일에서 25일 사이 발표를 목표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수단을 다해 공급 초기 비상 단계를 반전시키겠다"도 강조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는 것은 올해 들어 국내 주택 인허가와 착공 등이 급감하는 등 향후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경우 2~3년 뒤에는 주택 부족으로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집잇슈]원희룡의 '비상' 선언…그래서 주택 공급 어떻게?(8월 30일)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주택 공급량이 부족해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당시 정부는 공급량은 충분하다며 규제 위주의 정책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정권 후반기에는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고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정부의 경우 지난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지속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주택 시장 침체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을 크게 줄이면서 이런 계획은 금세 차질을 빚게 됐다. 원 장관이 '비상 단계'라며 부랴부랴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되레 '집값 자극' 우려…"당장 활용할 단기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주택 착공과 인허가 물량이 크게 줄면서 2~3년 뒤 입주 물량 부족 등 공급난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혹여 집값 상승기와 맞물릴 경우 지난 정권에서 벌어졌던 집값 급등의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향후 주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올라가고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의 매수세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불안감이 반영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집잇슈]숨죽였던 2030세대 다시 내집마련 유턴? 왜?(7월 20일)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올해 들어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지속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불안해진 면이 있다"며 "이는 최근 분양 시장이 과열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는 등 이미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내놓을 경우 단기로는 되레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자칫 정부가 시장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시그널을 더욱 강하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규제 완화 등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추가 개발 이슈가 주목받을 경우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공급이 부족하다는 걸 정부가 시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아울러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담길 경우 개발 호재로 여겨져 되레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는 결국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이 주택 건설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보듬기 위해서는 결국 수익 보전과 관련된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민간 영역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분양가가 높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장기 대책뿐 아니라 당장의 시장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는 단기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는 조언이다.
고 원장은 "지금은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당장 수요자들이 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비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팀장도 "3년 혹은 5년 뒤를 얘기하는 대책보다는 기존 주택이나 이제 막 신축하는 주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당장 1~2년 내 충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 등 비아파트를 활용하는 것도 단기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