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주공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이 사실상 맞춰졌다. 과천주공10단지가 '래미안' 브랜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미 입주를 완료한 3단지와 7-2단지, 11단지에 이어 네번째 래미안 단지가 된다.
10단지뿐만 아니라 4·5·8·9단지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잇따르는 만큼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천주공 '3기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과천 집값도 날개를 달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10단지 거머쥔 삼성물산…공사비 분쟁은 '모두의 숙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4일 시공자 선정 입찰을 마감했다.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해 유찰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수의계약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과천주공10단지 수주 목적으로 개설한 SNS 채널 '과천10 삼성물산'을 통해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왔다. 이달 10일에는 "입찰보증금 전액(200억원)을 납부했으며, 특별한 혜택을 담은 제안서와 입찰서류를 모두 제출 완료했다"고 게시했다.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14일까지 보증금을 완납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조합은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다음달 예정된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선정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삼성물산은 1군 중에서도 탑급인 만큼 수의계약까지 무리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천주공 10단지 외에도 4단지(GS건설), 5단지(대우건설), 8·9단지(현대건설)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4단지는 2020년 사업시행계획인가,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주 및 착공을 앞두고 조합과 시공자가 공사비를 협상 중이다.
조합은 지난달 26일 임시총회를 열어 평(3.3㎡)당 공사비를 기존 493만3000원에서 677만4000원으로 증액하고자 했으나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후 브랜드에 맞게, 조합의 요구에 맞게 설계가 변경되면 공사비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며 "조합과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총회에서 조합원 동의를 구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과의 공사비 협상은 비교적 잘 됐는데 조합 내부에서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며 "총회에서 공사비 협상안이 통과되면 현 집행부가 신임을 받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해임 쪽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총회를 열면 공사비와 해임 문제를 연내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5·8·9단지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는 단계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면 7부능선은 넘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단지도 공사비 분쟁 소지가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는 큰 문제가 아닌데 이후 본계약이 이뤄질 때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했던 시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만큼, 향후 4단지 이상의 홍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도 공사비 분쟁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정비구역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자문과 분쟁 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계삼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분쟁으로 도심 내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조합원과 일반분양자의 재산 피해가 우려돼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파 역전한 과천…날개달까
과천주공 재건축은 1~3기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1970년대 정부과천청사가 계획되면서 1981년부터 과천주공에 입주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재건축 이슈가 본격 논의됐고 1기 래미안슈르(3단지)와 래미안에코팰리스(11단지)가 2008년경 입주를 완료했다.
과천푸르지오써밋(1단지), 과천위버필드(2단지), 과천자이(6단지),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7-1단지),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7-2단지), 과천센트레빌아스테리움(12단지) 등 2기는 2021년 입주를 마무리했다. 나머지 5·8·9·10단지가 재건축 3기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6억2600만원으로 서울 송파구(15억3550만원)를 이미 넘어섰다. 작년말 15억원대로 내려온 지 10개월 만에 '16억 클럽'에 재진입했다. 강남구(20억890만원)와 서초구(19억6400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서울과 경기 전체의 중위매매가격은 8억5650만원, 4억4800만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과천푸르지오써밋(1단지)의 전용 84㎡가 2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과천자이(6단지)와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7-1단지)의 같은 평형도 19억2000만원(8월), 17억9000만원(9월)에 각각 팔렸다.
과천주공의 마지막 퍼즐인 10단지가 맞춰지면 과천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송승현 대표는 "과천은 서울 주요 지역 다음으로 주택가격이 높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공급이 이뤄지면 전반적으로 가치가 올라가고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학렬 소장도 "과천은 서초구의 동으로 봐도 될 만큼 작은데, 거주 인구보다 일자리가 훨씬 많고 강남 접근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