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제가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습니다. '나이 90 넘어 뭐하는 거냐', '노욕 아니냐', 많은 걱정과 질타가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염치블고하고 나섰습니다."
'구순'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400여개 채권금융기관 앞에 직접 섰다. 1933년생인 그는 지난 2019년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줬다. 하지만 시장에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설이 흘러나온 뒤인 작년 말 다시 일선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금융사들에 재무구조 개선 기회를 줄 것을 읍소했다.
윤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후 첫 채권단 설명회를 시작하며 준비한 인삿말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채권단 여러분들께도 피해가 고스란히 갈 것이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이렇게 워크아웃을 신청해 기업 회생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면서도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여기 계신 대주단 여러분의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염치 없지만 간곡히 도움을 요청드린다"며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서 태영과 함께 해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건설과 부동산업이 경기 부침이 있다는 특성을 들며 "태영은 지난 몇 년간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PF 규모가 9조원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문제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며 "한마디로 태영건설은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다시 "무조건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다"라며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서,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윤 창업회장의 호소문 전문
<채권단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갑진년 새해 인사를 이런 자리에서 올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신 한 분 한 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새해 희망을 가득 품어야 할 시기에 태영건설로 인해 많은 걱정과 염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 신년 하례 때 제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50년된 기업이 흔치 않다. 잘 나가다가 망한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게 원칙이다. 힘들더라도 원칙을 지키자."
안타깝게도, 저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은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제가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습니다. "나이 90 넘어 뭐하는 거냐", "노욕 아니냐", 많은 걱정과 질타가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나섰습니다.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되어 줄 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채권단 여러분들께도 피해가 고스란히 갈 것이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태영이 부도나는 것을 막고 어떻게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이렇게 워크아웃을 신청해 기업 회생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여기 계신 대주단 여러분의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염치 없지만, 여러분께 간곡히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서 태영과 함께 해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주십시오.
51년 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제가 맨 손으로 태영을 일구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여러분과 금융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번 위기 역시 여러분이 믿고 도와주신다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건설과 부동산업은 늘 부침이 있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태영은 지난 몇 년간 PF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습니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실책입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저희 모든 사업장을 무조건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서,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 잔고는 12조원이 넘습니다. 향후 3년간 연(年)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영업이익률도 4%로 동종업계 상위권 회사들 평균보다 좋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PF 규모가 9조원이라고 나왔습니다만, 실제 문제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태영건설은 가능성 있는 기업입니다.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들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저희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꼭 태영을 살려내겠습니다.
50년 간 태영을 이끌면서 목숨처럼 지켜온 신념이 있습니다. 바로 산업보국과 홍익인간입니다. 기업을 해서 돈만 버는 게 아니라 태영 가족과 협력업체 가족, 투자한 분들과 더불어 잘 살고
나라와 국민들께 이바지하고 싶었습니다. 그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이대로 태영을 포기하는 것은 단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태영을 통해 함께 희망을 일궈온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를 비롯해 채권단을 아픔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일이 됩니다.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부디 저와 태영이 협력 업체와 투자해주신 기관 및 채권단 여러분들께 그리고, 나라와 국민들께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끝까지 산업보국, 홍익인간의 신념으로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정중히 그리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01.03.
태영그룹 창업회장 윤세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