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주가가 4일 급락했다. 태영건설이 발표한 자구안을 둘러싸고 난항이 이어지자 투자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태영건설의 주가는 307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일과 3일 태영건설 주가는 각각 13.17%, 23.85% 급등했지만 이날 5.39%(175원) 하락 전환했다.
전날(3일)까지만 해도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3일 오후 태영건설이 채권단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구안에는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던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매각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구체적인 자구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태영건설과의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태영건설은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에 관해 "아직 11일 채권단 협의회까지 시간이 다소 있기 때문에 주채권 은행을 통해 채권단 여러분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보고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SBS 매각은 당연히 방법론으로 제시될 수 있는데, 허가사업자라는 점에서 방송법상 제약이 많다"며 "남은 기간 채권단 말씀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만 (채권자분들께)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채권 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자구안 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가지고는 채권자 75%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 채권단과의 합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의 핵심 쟁점인 자구안의 성실도와 관련,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의 의견 차이가 확인되면서 채권단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또 "일부 선순위 금융사가 워크아웃에 반대해 채권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선순위 금융사 이탈이 워크아웃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확대될 시장 불확실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파트브랜드 '데시앙'를 소유한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를 겪다 결국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