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건축 선도지구가 발표된 가운데 다음 타자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권 5곳 외에도 전국 111곳이 노후계획도시특별법(노특법)의 수혜 대상지로 꼽힌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상지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은 정비 기본계획 수립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기다림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가 아닌 용인 수지, 수원 영통 등 경기권 대상 택지지구 역시 기대감은 부풀었지만 실제로 갈 길은 까마득하다.
인천시 "내년 하반기 주민공람+선도지구 지정"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적용을 받는 대상지는 올해 6월말 기준 전국 111개소다. 조성 완료 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 택지가 그 대상이다. 2040년엔 225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대상지 중 수도권 비중은 45.2%에서 50%로 더 커진다. ▷관련기사: 서울가양·용인수지·수원영통도 '1기신도시 특별법' 대상(1월31일)
국토부는 전국 노후계획도시에 적용되는 청사진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기본방침'을 지난달 18일 고시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는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도시별 세부 계획인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선도지구를 '지정'하려면 기본계획 고시가 선행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 전 국토부와 협의한 경우 공모를 통해 선도지구로 지정될 후보지를 미리 '선정'할 수 있도록 '속성화' 했다. 지난달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선정이 그랬다.
1기 신도시는 지난 8~9월 내놓은 정비 기본계획(안)만 가지고 선도지구를 선정했다. 게다가 선도지구 후보지에 대한 공모는 그보다 2개월여 전인 6월부터 시작했다.
경기도는 오는 20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기본계획 심의를 개시한다. 연내 승인이 국토부와 지자체의 목표다. 지난 9월 일산(고양시)을 마지막으로 1기 신도시 정비 기본계획안이 공개됐지만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일 뿐이었다. ▷관련기사: '14.2만가구 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밑그림 완성(9월24일)
나머지 지역은 1기 신도시와 다르게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된다. 기본계획 수립 완료 후 선도지구 공모와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경기 안산과 용인, 수원은 6~7월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구리와 시흥도 내년 상반기 내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한 용인시 관계자는 "노특법이 태생적으로 1기 신도시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 국토부가 기본방침을 만드는 동시에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세우고,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절차까지 이뤄졌던 것"이라며 "국토부가 나머지 지역은 기본방침에 명시된 대로 기본계획 고시 후 선도지구를 지정하라고 해서 다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도 연수·계산·구월·만수·부평 지구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10월 착수했다. 현재 기초조사 후 기본계획(안)을 작성 중이다. 내년 10월께 주민공람과 시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6년 3월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하는 게 목표다.
선도지구 후보지 공모는 내년 하반기 주민공람 이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기본계획 수립 완료 후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뒤 선도지구를 공모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1기 신도시가 기본계획 수립과 병행해 선도지구 공모를 추진하자 인천 시민들도 선도지구 지정 추진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며 "국토부가 최소한 주민공람 후 선도지구 선정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하고 있어 내년 10월께 진행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천도 분당처럼 계획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주민들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노특법 발표 전부터 통합 재건축을 준비하며 동의율 90%를 넘긴 단지도 있다"며 "후년(2026년) 초에 선도지구 선정이 이뤄지면 이르면 8~10년 뒤(2034~2036년) 입주가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주단지 우려…일단 도정법으로"
서울시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서울 시내 역시 노특법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지가 13곳(고덕, 개포, 양재, 목동, 상계(1·2단계), 상계(3단계), 창동, 중계, 중계2, 수서, 가양, 등촌, 신내)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 사업지는 노특법 적용 '가능' 대상이다. 현재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노특법 적용 여부나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 결정된 건 아직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앞서 가양·등촌지구를 노후계획도시 1호 사업으로 검토한 바 있다. SH 관계자는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인 노특법을 서울시에 확대 적용할지는 아직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에서는 시가 조속히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온다. 민병주 시의원(국민의힘)은 "노특법이 사업성을 확보하고 사업추진 일정을 단축하는 데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송재혁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서울시의 준비가 늦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노특법이 위임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입법예고를 마친 조례안이 내년 1월 시의회에 제출되면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된다. 조례 제정 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토부 승인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려면 2027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내용으로 일단 진행하고 있다. 또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도시정비법과 노특법 중 선택해 적용하는 '투 트랙' 방식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본부장은 "노특법은 안전진단을 갈음하고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됐기 때문에 관심을 받았었다. 이주단지 건립 부분도 이상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저희도 논의 과정 중 '실현할 수 있게 이주단지를 조성해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했었다. 경기 지역에서 그런 문제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도 기존 시가지에 대한 환경정비를 위한 기준 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정법과 노특법에 의한 사업을 둘 다 열어 놓은 상태에서 주민들이 선택해서 갈 수 있게끔 추진하겠다"라며 "최근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지수 개발(사업성 보정계수) 등 주민에게 도움이 될 정책 발표를 많이 했다. 주택실과 함께 논의해 관심을 갖고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회의에서도 조 본부장은 "현재 작동하는 도정법에 의한 사업 방식을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된 노특법이 잘 안착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상당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이주단지를 조성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서울의 여건 속에서 작동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일산, 분당 등 경기도 지역이 먼저 추진된 후 저희가 순차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