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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당근'하는데…부동산 중개업계 어쩌나

  • 2025.03.04(화) 09:09

문 닫는 중개업소 하루 40곳…자격증도 시들
부동산 거래 '뚝'…'당근' 직거래는 '쑥쑥' 늘어

"요새 시장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다 강남 얘기예요. 매수 문의가 있어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를 않으니… 당장 이 건물만 해도 부동산이 4곳인데 경쟁이 치열하죠." (서울 성동구의 A 공인중개사)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부동산 거래가 감소해 일감이 줄어든 데다 '당근마켓' 등 직거래 플랫폼과의 일감 경쟁도 심해지고 있어서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신뢰가 추락한 것도 한몫했다. 중개사협회는 돌파구 마련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개사 딸래요"…8년 만에 최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만4721곳의 공인중개사무소가 폐업 또는 휴업했다. 하루 평균 40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사무소는 1만308곳이었다. 올해 1월도 신규(870곳)보다 휴·폐업(970곳)이 더 많았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제35회 공인중개사 시험엔 15만4699명이 원서를 냈다. 전년(20만59명) 대비 4만5000명 넘게 줄었다. 응시자 수가 2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평균 2만6000명대를 기록하던 합격자 수도 1만5301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중개사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중개사 과잉 공급이 꼽힌다. 협회 관계자는 "총합격자 수는 55만명에 이르지만 개업 공인중개사는 13만명 정도"라며 "나머지 42만명은 '장롱 자격증'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자연스레 중개사 수입이 감소하는 영향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8322건으로 전월 대비 16.5% 감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233건으로 전월 대비 11.6% 줄어들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김종호 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취임식 /사진=공인중개사협회

당근 3만건…중개협 "불법 직거래 근절"

반면 당근마켓 등 부동산 직거래는 늘고 있다. 윤종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당근마켓을 통한 부동산 거래 건수는 2022년 7094건에서 2023년 2만3178건, 지난해엔 1~7월에만 3만4482건으로 급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직거래 플랫폼을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 공인중개사법 위반 의심 사례를 104건 적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아파트도 '당근 거래' 하려면…실명인증 필수(2월13일)

지난 1월 취임한 김종호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선거 당시 '직거래 플랫폼 격파'를 약속했다. 불법적인 직거래 근절로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권리금 계약과 분양계약 업무를 개업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직거래 플랫폼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으니 중개사 제도에 대한 인센티브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절벽에 내몰린 중개 시장을 회복하고 전문자격사로서 중개사들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얼룩진 중개사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공인중개사'를 검색하면 전세사기로 징역형을 받은 중개사 등 뉴스가 주로 뜬다. 김 회장은 "거래 절벽과 폐업 속출, 투잡이 일상인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개업공인중개사로서의 보람과 신뢰를 성취하는 비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협회는 중개사고 예방과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법정단체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임의단체인 협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해 무자격·무등록 불법 중개 행위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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