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준공 기한을 넘기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채무를 떠안는 '책임준공'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가 시공사에 채무 인수 의무가 적용되는 비율을 기간별로 세분화하도록 하면서다.
1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PF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PF 떠안던 '책임준공' 완화
정부는 기존 '저자본 고보증'의 PF 구조를 개선하고 PF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책임준공 개선, 사업자 보증 보증료 우대, 금융권 건전성제도 개선 등을 추진했다.
건설사들에 부담이 된 책임준공은 기한 연장 사유를 구체화하고 채무 인수 의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원칙적으로 표준도급계약서(국토부 고시) 연장 사유를 준용하되, PF대출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기준이 불분명해 건설·금융업권간 분쟁 가능성이 높은 사유는 제외했다. 책임준공을 폐지하거나 연장사유·배상범위를 지나치게 완화하면 PF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전쟁과 천재지변 등 제한적으로 인정하던 PF대출계약의 연장 사유에 △원자재 수급불균형 △법령 제·개정 △전염병 △태풍 △홍수 △폭염 △한파 △지진 등으로 구체화했다. 시공사는 이 같은 사유가 있다면 90일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문화재·오염토 발견'은 사전에 연장여부·기간 등 처리방안을 당사자 간에 협의를 하고, 그 내용을 계약서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표준도급계약서에도 이를 도급계약 연장사유로 반영하게 할 예정이다.
PF 배상범위도 손봤다. 기존에는 하루라도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다면 시공사가 모든 채무를 인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책임준공기한 도과일수에 따라 90일에 걸쳐 비례적인 규모로 채무인수를 하도록 했다. 특히 자기자본 비율이 40% 이상이면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 20% 이상인 경우에는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더욱 부담을 완화한 방안을 계약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내용의 책임준공개선 방안은 내달 중으로 시행 예정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자보증 보증료를 할인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자기자본 비율이 20%를 초과하면 보증료를 0.2%포인트 할인한다. 10%만 넘겼다면 0.1%포인트 낮춘다. HF의 지난해 평균 보증료율은 0.31%로 이를 0.2%포인트 낮춘다면 할인율은 65%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자기자본비율이 10% 초과, 15% 이하라면 보증료를 5% 할인한다. 15% 초과 20% 이하인 경우에는 10%를 할인한다. 20%를 초과했다면 보증료를 20% 낮춘다. 보증료 할인 외 심사등급 변경으로 보증료율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 HUG의 지난해 평균 보증료율은 0.89%다.
금융권 건전성 제도개선 방안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별 PF사업장의 자기자본 비율과 자본규제현황, 대손충당금 현황 등을 고려해 개선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규제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과 업계와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세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PF사업 자기자본비율에 따른 위험가중치·충당금 차등화와 자기자본비율 요건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금융업권별 위험가중치·충당금 규제 정비 및 부동산 PF에 대한 거액신용공여 한도 규제 마련, 업권별 부동산PF 익스포져에 대한 한도규제를 정비한다. 부동산 PF에 대한 자금공급 축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기간 유예 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시행시기 이후의 PF 대출 등부터 적용한다.

PF 대출 연체율 3.42%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3.42%다. 전분기 대비 0.08%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말 이후로 하락세를 유지중이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지난해 3월 말 이후 3% 중반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 전체 PF 익스포져(PF대출·토지담보대출·채무보증 등)는 202조3000억원이다. 9월 말(210조4000억원)에 비해 8조1000억원이 줄었다. 신규 취급 PF 익스포져에 비해 사업완료와 정리·재구조화로 줄어드는 익스포져가 더 많았다.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및 부실우려에 해당하는 여신은 19조2000억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져의 9.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했을 때 3조7000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전체 PF 익스포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9%에서 9.5%로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신규 PF 취급액은 1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신규 PF 취급액은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15조원을 웃돌았고 전년 동기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하는 등 PF시장 내 신규 자금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익스포져의 감소에 따라 지난해 말 PF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0조6000억원으로 9월 말(11조3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7000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부실여신의 감소 폭이 16.2%로 총 익스포져 감소폭 3.8%를 상회하면서 손실흡수능력(커버리지비율)이 68.1%로 9월 말과 비교했을 때 8.0%포인트 상승했다.

6.5조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구조조정'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20조9000억원 규모의 유의·부실우려 PF 사업장 중 6조5000억원(30.9%)이 정리됐다.
경공매와 수의계약 및 상각 등을 통해 4조5000억원을 정리했으며 신규자금 공급 및 자금구조 개편 등을 통해서 2조원을 재구조화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3%로 그해 9월 말과 비교했을 때 0.92%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정리·재구조화 대상 중 주거시설 관련 사업장은 총 10조9000억원이다. 이 중 지난해 말까지 3조7000억원(158개 사업장)이 정리·재구조화 됐다. 아파트 사업장 1조8000억원, 비아파트(주상복합·타운하우스·다세대·연립주택·기타) 1조9000억원을 정리·재구조화해 주택공급 촉진에 기여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7조20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잔여 사업장 정리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추가로 아파트 4만8000가구, 비아파트 4만3000가구 등 총 9만2000가구 상당의 주택공급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총 16조2000억원의 정리·재구조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의 사업장의 경우, 부실우려 사업장과 달리 재구조화 또는 자율매각 추진이 가능하나 최근 부동산 실물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성 개선을 위한 재구조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권은 정리·재구조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1월 구축한 '정보공개 플랫폼' 매물정보도 확대한다. 해당 플랫폼은 지난달 28일까지 총 369개 사업장, 6조3000억원 규모의 정리 PF 사업장을 공개 중이다. 이 중 5000억원 가량의 14개 사업장에 대해는 매수의향서(LOI)를 접수해 매각협상 중이다.
이번달 중으로 건설유관단체 등이 희망하는 물건을 선별해 맞춤형 매각설명회를 오는 26일 개최 예정이다. 아울러 중·대형 사업장(대출약정액 500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대리금융기관면담 등 사업장별 관리도 강화 중이다. 이를 통해 1조3000억원에 해당하는 11개 사업장의 매매계약 체결도 가시화했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모든 PF 사업장에 대하여 엄정한 평가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선별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장참여자가 스스로 정리·재구조화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면서 "부실여신 규모가 감소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 및 손실 흡수능력이 개선되는 등 PF 연착륙을 위한 노력 성과가 가시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등으로 추가 신규 부실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으로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