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을 향해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결산검사 과정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이 필요한 20여곳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등은 올해 경영목표를 건전성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부실자산 정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역시 PF 플랫폼 출시를 통해 정리대상 PF 사업장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2금융권 '건전성 관리' 주문한 금감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20여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을 진행했다. 현장점검 4곳, 경영진 면담 16곳 등이다. 금감원은 결산검사를 통해 자본 건전성과 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는데, 보완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거나 NPL비율 관리가 되지 않은 저축은행은 향후 현장검사 등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향해 건전성 관리를 주문한 것은 부실 PF 사업장으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까닭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NPL비율은 11.52%로 전년 말 대비 3.77%포인트 급등했다.
이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1.17%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1%를 웃돌고 있는 상태다. 저축은행들이 PF 여파로 대출자산 증대에 소극적인 가운데 부실 사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NPL비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고 부동산PF 문제도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당초 경영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라며 "보수적 관점에서 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는 곳들에 대해선 회사와 조율해 추가 적립하도록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PF 정리 속도 관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건전성 관리 핵심은 PF사업장 정리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PF 익스포져 1차 평가 사업장 대상 재평가를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져는 21조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조9000억원이 상호금융권에 쏠리며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도 4조5000억원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과 함께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선 정리·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정리 속도가 더뎌진 상태다. 지난해 12월16일 기준 정리대상 PF 익스포져 12조5000억원 가운데 정리가 완료된 사업장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당초 연말까지 설정했던 정리계획(4조3000억원)의 81.4%만 이뤄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정보공개 플랫폼 구축과 합동 매각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PF 사업장의 빠른 정리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위치부터 감정가까지…금감원, 정보공개 플랫폼으로 PF 정리(1월23일)
시장에서도 저축은행의 PF 부실 정리에 따른 대손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추가손실 인식은 올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PF 대출 건전성 부담과 대손비용 발생은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저축은행들도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주문과 함께 PF 사업장 플랫폼 구축을 두고 부실PF의 조속한 매각을 진행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PF 등 부실자산이 줄지 않으면 NPL비율이 급격히 오를 수 있어 경·공매를 통해 빨리 정리하라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고위 관계자도 "대출은 많이 늘리지 못하는데 PF 시장에서 매수 주체가 많이 없어 정리를 못하니 NPL비율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PF 정리 등 부실자산을 많이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