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권이 1년여 동안 3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유의·부실우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을 정리했다. 남은 부실 사업장은 9000억원 규모로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은 업권별 잔여 부실 사업장이 1조원 미만으로 줄어든 만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대해선 부실PF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신규 대출 공급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업계는 여전히 신중모드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량 사업장이 많지 않고 대출을 확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실PF 정리 적극 나선 저축은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통해 저축은행업권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조5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3월말 기준 정리·재구조화된 사업장은 1조9000억원, 6월말까지 정리·재구조화가 예정된 사업장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예정대로 정리·재구조화가 마무리되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업권에 남은 부실PF 사업장은 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년 만에 80% 가량의 사업장이 정리됐다.

경·공매를 비롯해 PF정상화펀드에 부실 사업장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인 부실PF 정리에 나선 결과라는 게 저축은행 업계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부실PF가 크게 줄어든 만큼 우량 사업장에 대해선 신규 대출을 해주고, 중저신용자 대출 등도 확대하며 서민금융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구 금감원 부원장보는 "부실 정리 목적은 부실 자산을 떼어내고 우량 자산으로 메우기 위한 과정으로 부실 정리가 완료된 금융사는 우량한 PF 자산을 담는 게 맞다"며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것을 전제로 신규 사업장 대상 자금공급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 서민금융기관 위상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출 확대 아직은…" 신중한 저축은행
금융당국 기대와 달리 저축은행은 아직 PF 공급 재개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많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뎌 추가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는 금융당국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량한 PF 사업장의 경우 저축은행이 금융을 공급하기까지 순번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PF를 많이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은 물량이 많다"며 "브릿지론은 하지도 못하고 우량 사업장이라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PF 정리로 연체율 개선 등을 통해 점차 대출도 늘리는 방향으로 가긴 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