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현장의 부실감리를 막기 위해 '국가인증감리제'를 도입하고 직접 우수 감리자 선발에 나선다.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감리인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우수 감리인을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다.
이는 앞서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드러난 건설 현장의 감리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국토교통부가 2023년 말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의 후속 조치다. ▷관련기사 : '순살 아파트' 사라질까…관건은 '감리 독립'(2023년 12월12일)
우수 감리인력 국가가 '인증'
국토교통부는 건축시설분야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을 대상으로 국가인증감리인 150명을 우선 선정한다고 23일 밝혔다. 국가인증감리제는 학력·경력 중심이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과실·무사고 이력을 비롯해 구조검토, 고난이도 시공 여부, 안전 및 품질 확보 방안 등 실력을 심층 평가해 국가가 전문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우수건설기술인(국가인증 감리인) 선정 시 3년간 건설사업관리용역 입찰 가점, 책임감리 자격 등의 혜택과 권한이 부여된다. 202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주택 건설사업관리용역에 우선 배치되며, 향후 사업수행능력평가와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시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건축시설뿐 아니라 도로, 교통시설, 수자원시설, 단지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최대 400여명의 국가인증 감리인을 선발할 예정이다. 신청대상은 최근 3년(2023년~2025년) 간 실시한 건축시설분야 건설사업 관리 용역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과 '분야별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중 종합평가 점수가 90점 이상인 기술인이다.
오는 10월10일~24일까지 2주간 국토안전관리원 누리집 신청접수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서류심사를 거쳐 12월 초 면접심사를 거쳐 12월 중 최종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축구조기술사 협력 등 강화
이번 국가인증감리제는 '민·관 합동 감리제도 개선 TF' 논의로 마련됐다. 정부는 국가인증감리제 외에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건축구조기술사 협력대상을 기존 30층 이상 건축물에서 1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인력에 의한 구조안전 검토를 고층 건물에서 중고층 건축물로 확대하는 것이다. 리모델링뿐 아니라 신규 공동주택의 주요 구조 변경 시에도 구조 안전 검증을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도 추진한다.
감리의 실질적 권한 강화와 독립성을 위해 위반사항 보고 체계 개선도 추진된다. 시정명령 후 감리의 공사중지 요청 불응 시 허가권자에게 보고하던 현 체계를 위반사항 발견 시 건축주와 허가권자에게 동시 보고 후 시공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아울러 다중이용시설 등 대규모 건축물 감리인 지정 시 허가권자가 수행실적·경험·기술능력 등을 평가하는 적격심사제도 내년 하반기께 도입된다. 감리비 현실화를 위해 '건설사업관리 대가기준' 개선을 추진하며, 기준 미비로 감리배치, 대가 산정에 자의적 판단이 적용됐던 '통합발주 기준'을 업무량·현장 여건 등을 반영해 구체화하는 방안도 내년 하반기 추진할 예정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국가인증감리제는 단순히 우수한 감리인을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리의 기술력과 책임성을 높여 건설현장의 안전성을 한층 강화하는 제도"라며 "감리제도 개선 TF에서 발굴한 개선방안을 지속 보완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감리 전문법인' 도입은 장기과제로
한편 도입 발표 후 논란이 일었던 '감리 전문법인'은 장기과제로 미뤄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 부실시공이 감리 탓?…지자체가 정하면 달라질까(2월20일)
국토부 관계자는 "감리 전문법인 도입은 건축사협회 등의 이견이 많아 장기과제로 검토 중"이라며 "이외에 감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다른 방법들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리 전문법인'은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업무만 전담하는 법인으로, 정부는 현재 건축사와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영역인 '상주감리' 부분에서 감리를 맡도록 할 예정이었다. 상주감리가 필요한 공사는 바닥면적 5000㎡ 이상, 연속 5개 층과 바닥면적 3000㎡ 이상, 준다중이용건축물, 아파트 공사 등이다.
이 경우 감리 전문법인에 소속되지 못한 영세 건축사들의 경우 소규모 사업에만 뛰어들 수 있어 생존권 문제가 불거졌다. 또한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들의 경우 건축설계와 감리업무를 모두 수행하는데 감리 전문법인은 감리 업무만 할 수 있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감리 전문법인 도입 시 기존 건축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드는 데다, 법인을 만든다 해도 개별 건축사들이 동업을 하는 구조여서 장기간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와 감리업무를 모두 하는 건축사들이 감리만 진행할 경우 사업 영위가 가능한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될지 여부도 알 수 없어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