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 실거주를 2년 해야 하다 보니 전세매물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실거주를 위해 기존 집이 매물로 나오는 효과가 있어 토허구역 지정에 따른 전세시장 영향은 크지 않다."
-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서울 전역, 경기 주요 지역을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강도 부동산 규제로 매매 거래가 묶였다. 그러자 전월세 물건 감소와 월세화 가속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적으로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등 시장 안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갭투·매매 막히자 전세 품귀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만 이 같은 수요억제책에 따른 전세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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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후 일주일만인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전세 매물은 1132건에서 981건으로 13.4% 줄었다. 관악구는 327건에서 303건으로 7.4%, 중구는 254건에서 237건으로 6.7%가 줄었다.
강서구, 도봉구 등에서도 전세매물이 일주일 새 4% 줄었다. 당장 크지 않아 보이지만, 전통적인 이사철인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전세 매물이 큰 폭으로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물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는 모습이다.
작년 동기(2024년 10월22일)와 비교하면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89건에서 2만4731건으로 1년 새 20% 줄었다. 경기는 3만147건에서 2만874건으로 30.8%, 인천은 5747건에서 3931건으로 31.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매물은 서울이 1만7959건에서 2만146건으로 12.1% 늘었고, 인천도 3575건에서 4021건으로 12.4% 증가했다. 경기는 1만7260건에서 1만5051건으로 12.8% 감소했다.
이종아 KB부동산 빅데이터 센터장은 "올해 전세의 월세화 진행으로 전세물건이 이미 줄어든 데다 규제지역 확대로 갭투(전세를 낀 주택 매매)를 포함한 매매에 제약이 생기면서 전세 매물은 계속 줄고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책 발표 전후로 막차 매수가 몰린 것도 전세 물건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전 주말인 12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해제건 제외)는 139건이었다. 이후 대책발표 예고가 나오면서 거래건수가 280건(13일), 488건(14일)으로 늘다, 대책 발표 당일엔 주말의 5배 수준인 717건으로 치솟았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토허구역 지정 전인 16일, 17일에도 71건, 10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토허구역 지정 효과가 발효된 20일에는 23일 기준 거래신고건이 6건, 21일에는 7건 거래에 그쳤다. 매매거래가 끊기면서 전세물건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 심화될 우려는 더 커졌다.
반전세 전환, 월세 증가 등 주거비 부담 커져
전문가들은 전세매물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반전세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세보증비율 축소,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 및 1주택자 대출한도 제한 등으로 전세시장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셋값이 떨어져야 하지만,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전셋값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월세는 서로 견제하는 구도로 월세가 빠져야 전세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면서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로 월셋값이 오르고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내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매매가 안정은 되지 않고 주거비 부담만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셋값은 지난달 144만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썼다. 올해 1월(134만3000원) 대비 10만원, 7.4% 치솟은 수치다.
향후 2년간 '입주절벽'이 예상되는 만큼 입주물량 급감에 따른 전세 품귀, 임대차 시장 불안 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는 건 결국 반전세, 월세시장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전세의 장점이 월세 비용을 낮추는 것이었지만 월셋값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주거비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할 방안이 없다"면서 "꽤 오랜 기간 전월세 가격 상승, 주거비 부담 가중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