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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①위험한 동거

  • 2014.11.05(수) 11:01

바람 핀 남편과 이혼했다 몰래 재혼신고
양도소득세 안 내려는 '위장이혼' 판정

세금을 둘러싼 납세자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억만장자가 탈세나 체납을 저지르고, 멀쩡한 부부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하기도 하죠. 뒤늦게 세무당국에 덜미라도 잡히면 더 큰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탈세인 줄 몰랐다고 하고, 진짜로 헤어졌다고 우깁니다. 단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지어낸 얘기일까요. 아니면 세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

 

 

그녀에겐 아픈 상처가 있었습니다. 1995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것입니다.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아갈 길이 막막했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을 무렵, 한 남자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듬직하면서도 다정한 그의 모습에 호감을 가졌고, 2년 만에 새 남편 한 씨를 만나 재혼했습니다. 그는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들에게도 친자식처럼 살갑게 대해줬고, 세 사람은 한 씨의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었지만, 10년 만에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한 씨가 단란주점을 개업한 이후부터 외박은 기본이고, 그녀와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것입니다. 급기야 주점의 마담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실도 알게 됐죠. 더 이상 가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녀는 한 씨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2010년 협의 이혼했습니다.

 

◇ 끝나지 않은 악연

 

한 씨는 위자료 명목으로 함께 살던 주택을 그녀에게 넘겨주고 집을 나갔습니다. 대신 집이 팔리면 자신의 빚을 먼저 갚고 난 후, 남은 돈을 주겠다고 했죠. 그런데 집이 팔리지 않았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 씨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 집에 살아야 했습니다.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 그녀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힘겹게 살고 있던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사망한 전 남편으로부터 상속 받은 서울의 작은 다세대주택(35.46㎡)이었는데요. 자신과 아들이 6:4로 지분을 나눠갖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상속 주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씨는 이혼 후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상속 받은 집을 팔아 함께 장사를 하자고 꼬드긴 것이죠. 한 씨의 제안에 설득 당한 그녀는 집을 팔았고, 2011년 경기도 부천에서 짬뽕집을 인수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사는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1년6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했고, 한 씨는 발길을 뚝 끊고 연락도 두절됩니다. 여기까지가 그녀의 주장인데, 구구절절한 사연 속엔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 양도세 날벼락 '반전'

 

지난 3월 그녀와 아들에게 뜻밖의 세금 통지서가 도착했는데요. 2011년 9월에 판 다세대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내라는 내용이었죠. 그녀는 당연히 1세대1주택자라고 생각해 양도세 납부의무도 없다고 여겼고, 신고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국세청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그녀와 한 씨가 이혼 후에도 한 집에서 살았고, 다세대주택을 판 지 4개월 뒤에 재혼인신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1세대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가짜로 이혼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죠.

 

실제로 그들은 이혼 후에도 인천의 한 병원에서 함께 수 차례 진료를 받고, 휴대폰도 같은 곳에서 개통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중에 그녀로부터 집을 구입했다는 백 씨의 증언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그녀가 아니라 한 씨가 직접 체결했고, 계약금과 잔금을 받을 때도 동행했다는 진술이었죠. 심지어 2012년 재혼인신고서의 증인란에는 그녀의 아들이 서명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헤어진 부부같지 않았습니다.

 

◇ "이혼 같지 않은 이혼"

 

그녀는 양도세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며 심판당국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혼 후에 식당 일로 워낙 바빠서 한 씨가 동일 세대원으로 남아있었다는 사실도 몰랐고, 재혼인 신고도 자신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주장이었죠.

 

과세당국과 납세자의 잘잘못을 가리는 조세심판원은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바람 피운 남편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 이혼까지 했으면 얼굴도 보기 싫었을텐데, 그들은 함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주택을 매매할 때도 동행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심판원은 그녀와 한 씨가 이혼 후에도 계속 혼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청의 양도세 부과 처분도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세 번의 혼인신고를 하게 된 그녀의 사연은 심금을 울렸지만, 과세당국의 판단은 '위장이혼'이었습니다.

 

*1세대1주택자 규정

한 가족(1세대)이 거주하는 주택이 하나뿐일 경우,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미혼인 1주택자가 다른 1주택자와 결혼해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될 경우 5년 이내에 양도하는 주택은 1세대1주택으로 보고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이미 다세대주택을 갖고 있던 그녀는 재혼 후 남편의 집에 세대를 구성하면서 2주택자가 됐고, 양도세를 내야 할 처지였다. 재혼한 지 14년 만에 주택을 팔았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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