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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담배 많이 팔리는 동네는?

  • 2016.06.30(목) 13:14


혹시 '내 고장 담배 사기'운동을 아시나요? 
 
내 고장 재정을 살찌우기 위해 담배를 구입할 땐,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구입하자는 캠페인인데요. 지방재정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캠페인입니다. 

당시 지방 공무원들이 직접 홍보물을 돌리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정도로 관심을 끌었는데요. 바로 담배에 붙은 세금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편입되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담배에는 건강증진부담금 등 준조세 외에도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 4종류의 세금이 붙는데요.

담배소비세는 광역시와 특별시세, 시세, 군세(*)로 구분되어서 지자체 일반회계 예산으로 쓰이고요. 그중 45%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법에 따라 지역의 공립학교 설치운영 및 교육환경 개선에 쓰입니다.
 
*담배소비세는 광역시와 특별시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의 세수이고, 기타 도단위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시와 군의 세수가 됩니다. 서울특별시는 동대문구에서 담배를 구입하나 강남구에서 구입하나 서울특별시 예산이 되고, 경기도에서는 고양시에서 구입하면 고양시, 성남시에서 구입하면 성남시 예산이 됩니다.
 
또 이름에 목적이 쓰여 있는 지방교육세는 지방 교육청 예산이 되고요. 부가가치세의 10%도 지역 예산인 지방소비세로 전환됩니다. 지난해부터 붙기 시작한 개별소비세 일부도 지역 예산으로 넘어가죠. 물론 담배가 많이 팔리면 해당 지역의 담배판매점 주인의 삶도 좀 나아질 겁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면서 서울에 직장을 둔 흡연자 A씨를 예로 들어 보면요. A씨가 집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을 땐 세수입이 고양시로 가지만,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하면 서울시 재정을 살찌우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역 담배판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담배가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2014년 기준 전국에서 판매된 담배는 46억748만갑에 달하는데요. 이 중 23%가 경기도에서 판매됐습니다. 다음은 서울인데요. 18.4%가 판매됐죠. 그리고 경남(6.9%), 부산(6.4%), 경북(5.9%), 인천(5.5%) 등의 순입니다.

딱 보면 아시겠지만, 담배판매량은 지역의 인구 수에 비례합니다. 인구가 많으면 흡연자 비율도 높은 것이죠.

그런데 지역별로 자세히 보면, 인구비중보다 담배판매량 비중이 더 높은 지역이 있습니다. 대전, 강원, 충남, 충북, 경남, 경북 등인데요. 
이 지역은 인구대비 흡연인구가 많거나, 지역 사람들 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판매량을 늘려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인구가 많은 지역의 인접 지역이거든요. 대전, 강원, 충남, 충북은 서울과 경기에 인접한 지역이고, 경남과 경북은 부산과 대구, 울산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죠.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요. 대도시 인구가 이동을 많이 하는 인접 지역에서 담배판매량이 조금 더 많을 수 있고, 또 지방일수록 금연에 대한 규제나 사회적 압박이 약하기 때문에 흡연율이 높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리 있는 해석입니다.
 

지역별 담배판매량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또 한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는데요. 외산담배판매량이 특별히 높은 지역이 있었습니다. 
 
전북의 경우 지역 담배판매량 중 외산담배 판매비중이 27.8%로 가장 높았고요. 경남(17.3%)과 경북(17.2%), 경기도(13.3%)가 뒤를 이었습니다.

외산담배 판매량 기준으로는 경기도가 1억4147만갑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5510만갑), 경북(4641만갑), 전북(4363만갑), 충남(2080만갑)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가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서울은 외산담배판매량이 1331만갑에 그쳤습니다. 판매비중은 1.6%입니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서 외산담배 판매량이 많을 것 같지만, 판매량이 1000갑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국산을 포함한 전체 판매량도 6795만갑으로 전국 판매량의 1.5%에 그쳤습니다. 2015년부터 담뱃값이 오르면서 제주 면세점에서 담배판매량이 폭증했었는데요. 면세점 담배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역별 외산담배판매 비중의 차이는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도 없었고요.

하지만 흡연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 하나는 확실해졌습니다. 국산이든 외산이든 이왕이면 집 근처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 거주지역의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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