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임대업을 주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정강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기업이다. 우 수석의 아내 이민정 씨가 대표이사이며 100% 지분을 우 수석 일가가 쥐고 있다.
정강은 지난해 총 2억9110만원의 매출을 내고 순이익 1억5039만원을 거둬 법인세로 969만원을 납부했다. 유효세율이 6.45%(969만원/1억5039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순이익 2억원 이하 법인에 부과되는 세율(10%)에 견줘서도 한참 낮다.
이에 대해 세무업계 관계자들은 정강이 세무조정 과정에서 과거 결손금을 통해 법인세율을 낮췄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동산임대업의 경우 중소기업이라도 감면·공제 혜택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 정강=페이퍼컴퍼니(?)…직원 '0명'에 '부정감사' 논란까지
정강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는 정황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정강은 우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기흥컨트리클럽(삼남개발)과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청원빌딩 5층 본사를 함께 쓰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 5층에 우편함을 두고 있는 곳은 기흥컨트리클럽 뿐이다.
2층에는 정강의 감사인인 삼도회계법인이 입주해 있다. 2015년 설립된 삼도회계법인은 우 수석의 친인척이 부회장으로 있던 것으로 알려져 감사수임과 관련해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으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문제 없음' 판단으로 논란에서 벗어난 바 있다.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기업 정강 등이 본사 소재지로 기록하고 있는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청원빌딩. 사진/방글아 기자 |
# 세무업계 "최소 3000만원 이상 세금 줄였을 것"
세무업계는 우 수석 일가는 정강을 통해 최소 3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회피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정강의 대표이사 이 씨에게 별다른 소득이 없음을 가정해 잡은 보수적인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세무조정계산서를 보지 않는 한 부동산임대기업인 정강이 어떻게 유효세율을 6%대까지 낮췄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회계상 수익을 과세대상 소득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년도 손실 등을 추가로 반영해 실제 납부세액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정강처럼 사업소득(임대소득+이자소득)이 2억5000만원일 때 필요경비(38%) 등을 제외한 종합소득 약 1억5000만원에서 각종 공제를 받더라도 4000만원대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이 과표구간(1억5000만원 초과) 적용세율은 지방세 포함 약 41%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강은 비용처리 비중을 과다하게 높여 순이익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강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직원이 없는 회사임에도 차량유지비 등 각종 영업비용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강의 2015년 총 영업비용은 1억3993만원으로 이 기간 영업수익(1억4463만원)의 96.8%에 달한다.
# '우병우 방지법', 현행 법체계상 실효성 의문
우 수석의 '가족기업 세테크' 논란으로 법인세법 개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발표한 2016 세법개정안에 이른바 '우병우 방지법'을 담았다. 우병우 방지법은 탈세 목적으로 설립된 껍데기 뿐인 기업에 법인세를 15%포인트 추가 과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이 같은 페이퍼컴퍼니의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세무업계와 법조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우선 '법인격'은 민법상 개념인데, 단순히 세금을 더 거두려는 목적으로 세법에서 일반법상의 개념을 부정하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난다는 우려다.
조세전문 안승희 변호사는 "법인격 부인 없이 단순히 세법을 개정해, 탈세 목적 법인에 추가 과세한다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어려워 보인다"며 "법인격 부인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법상 개념인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 자체가 엄격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돼 이 또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금 추징 이외에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세포탈은 단순히 각종 비용처리로 세금을 덜 낸 것이 아니라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탈세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름 노출을 꺼린 10년 차 세무사 A씨 또한 "스타트업 등 탈세 의도가 없지만 페이퍼컴퍼니로 비춰질 수 있는 중소기업이 상당히 많다"며 "이들을 탈세 목적인지 아닌지로 구분해 추가 과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