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세무조사는 항상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탈세차단을 위한 가장 확실한 경고메시지를 주면서 조사과정이나 결과에서 납세자에 대한 영향력이 그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이죠.
역대 정부에서는 집권 초기부터 세무조사 운영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집권 첫해 '공정한' 조사운영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특별세무조사의 원칙적인 폐지였는데요. 특별세무조사는 납세자에게 사전 통지 없이 조사를 착수해 장부 등을 광범위하게 쓸어 담는 강도높은 세무조사였는데 이것을 일반조사로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과세증거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뒀는데요. 이것이 나중에 비정기 심층조사로 남게 되어 현실적으로 완전한 폐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2003년에 고안되어 시범실시된 조사담당관제도 공정성이 목표였습니다. 조사담당관이라는 세무조사 관련 납세자의 공식접촉창구를 만들어 조사관과 납세자의 음성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세무조사 불균형에 대해서도 손질을 했는데요. 당시 지방청별로 조사대상을 선정하다보니 수도권의 대형 법인은 조사를 덜받고 지방의 소형 법인은 조사를 받는 불균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법인 수와 기업규모별 분포를 함께 고려해 조사대상을 선정하고 본청이 일괄배정하는 방법으로 조사대상 선정방식이 바뀌었죠.
이명박 정부에서는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세무조사대상을 크게 줄였습니다. 집권 첫해부터 법인의 정기조사 대상을 축소하고, 신성장동력 관련 기업이나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선정에서 제외했습니다.
조사대상을 줄인 대신 탈세우려가 큰 납세자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게 되는데요. 기존 신고성실도 분석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평가요소를 두배로 늘렸고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인별과세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도 마련합니다. 법인세율 인하 등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세무조사는 정기조사보다는 비정기조사를 통한 조세회피 차단에 주력했죠.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세무조사 선정 제외, 전체 세무조사규모 축소, 조사기간 단축 등 경제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무조사를 줄이는 정책을 폈습니다.
대신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지방국세청에 은닉재산 무한추적팀이 설치됐고, 자영업자에 대한 기획세무조사가 늘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으로 증세 없이 세수를 확보해야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기세무조사를 줄이는 대신 비정기세무조사는 늘어나는 역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세무조사 정책은 노무현 정부 초기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세무조사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비정기 세무조사를 줄이기로 하고 비정기조사를 이행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직도 대폭 축소했거든요.
비정기조사의 축소는 세무조사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의 특별세무조사 폐지와 같은 방향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한 자리를 비정기 심층조사가 차지해왔는데 이를 재정비한 셈이죠.
또 납세자가 세무조사 착수와 기간연장, 처리결과 등 진행상황을 홈택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조사담당관제를 만들어 세무조사의 음성적 활용을 차단한 것과 목적이 비슷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또 정치적 세무조사에 자주 활용됐던 지방청간 교차조사의 운영을 투명화하기 위해 교차조사의 요건, 기준, 사후관리 등을 국세청 훈령에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세무조사를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활용하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나타났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창업기업 및 고용증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정책이 있었고요.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일자리창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나 조사대상 선정배제 등의 혜택이 주어졌죠.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근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대책이 발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