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에게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우선권이 도입된다. 교통약자가 공항에서 출국 전에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이용하는 것처럼 세금약자도 우선처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은 20일 심판사건 처리기간 단축과 납세자의 불편사항 해소 내용을 담은 '납세자 권리구제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납세자가 세금 불만이 생겼을 때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내는 비율은 지난해 90.4%로 국세청(7.6%)과 감사원(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평균처리일수는 157일로 법정처리기간(90일)보다도 두 달 넘게 길다. 세법에는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납세자는 최소 5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심판원은 신속한 사건 해결을 위해 사실관계가 간단하거나 소액인 사건을 90일 내에 신속 처리하고 충분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도 180일 내에 종결하는 '표준처리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180일 이내 처리사건 비율을 현행 70%에서 1년 내에 8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사건을 접수한 후에는 과세당국의 답변서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20일 내에 심판부에 배정해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접수한 지 1년이 넘은 장기미결사건도 실시간으로 관리해 현재 5% 수준인 장기미결 비율(7100건 중 340건 미결)을 3년 내 2%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우선처리 요청사건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과세처분으로 인해 직접적이고 급박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영세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 압류나 출국금지, 관허사업 제한, 징수유예기한 임박 등을 겪고 있는 경우 심판원에 '우선처리'를 신청하면 승인 절차를 거쳐 빠르게 사건처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심판관 회의 개최 일정은 2주 전에 미리 통보하도록 개선하고 당사자(납세자 및 과세당국)이 작성한 의견진술서를 원문 그대로 심판관 심리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심판관 회의에 참석할 비상임심판관(민간전문가)은 1주 전에 무작위로 선정하되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참석자 명단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투명하게 운영한다.
소액사건은 사실확인 과정에서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과세당국에 사건을 돌려보내는 '재조사' 결정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리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납세자를 위해 심판청구서를 직접 작성하는 요령도 심판원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은 "영세납세자에게 심판원은 사실상 권리구제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구제가 필요하다"며 "신속한 절차진행과 충실한 사건심리, 따뜻한 심판운영을 목표로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해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