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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1999년 이준용 vs 2019년 이해욱 ‘코스프레’

  • 2019.01.29(화) 17:37

[대림 ‘No Tax’ 대물림 풀스토리]
대림코퍼를 중심으로 한 20년전 선대 지배개편과 흡사
주식증여 없이도 ‘코퍼·I&S·H&S’만으로 지배구조 완성

1994년 10월, 대림 내에 대림코퍼레이션이 설립될 때만 해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대림코퍼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대림산업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수출입 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전문 무역상사일 뿐이었다.

1998년을 기점으로 대림의 지배구조는 싹 바뀐다. 대림코퍼가 1998년 대림산업의 지분 4.41%(이하 보통주 기준)를 장내에서 사들이며 지분을 0.62%에서 5.04%로 확대, 일약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로 급부상했다. 이듬해 8월에는 이준용(81) 명예회장 소유의 3.81%까지 전량 인수, 8.27%로 끌어올리며 공식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대림은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취약한 편이었다. 이 명예회장이 1993년 12월 이재준 창업주로 경영권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림의 주력 중의 주력이자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던 대림산업 소유지분이 보잘 것 없었다.

1997년 말 대림산업 대주주의 면면을 보면, 이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었지만 오너 일가(23명)와 계열주주사 및 소속 재단(3곳)을 합해봐야 8.69%로 지분율이 10%가 채 안됐다.

데자뷔!

즉, 대림코퍼를 계열 출자구조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일은 자신의 지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에 다름아니다. 당시 대림코퍼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89.8%(1999년 말)를 소유한 이가 바로 이 명예회장이다.

(1998년 말 대림코퍼의 최대주주는 지분 38.80%를 소유한 대림엔지니어링이었다. 하지만 6개월 뒤 이 명예회장이 1대주주로 올라선 것을 볼 때, 이 무렵부터 자신을 정점으로 대림코퍼→대림산업으로 연결되는 사전 정지작업을 벌인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대림코퍼가 사실상 지주회사로 변신하자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대림산업 지분 늘리기의 연속이었다. 1999~2000년에 걸쳐 장내매수와 유상증자 출자, 주식배당 등을 통해 14.15%까지 확대했다.

이후에는 대림산업이 나섰다. 2001년 9월과 2004년 1월, 11월 3차례에 걸쳐 발행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40만주에 대한 주식소각을 실시함으로써 손 안대고 지분 확대를 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림코퍼가 현재 대림산업 지분 21.67%(754만1162주)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다.  이외 대림학원 1.27%, 이 명예회장의 3남 이해창(48) 켐텍 대표이사 등 오너 일가 5명 0.18% 등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23.12%다.

대림산업 지분 확보에 적잖은 자금을 들였을 테지만 사실 대림코퍼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천NCC, 대림산업 등 석유화학 계열사를 비롯해 주로 대림 계열사들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며 돈을 쓸어담다시피 한 까닭에 곳간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대림코퍼가 대림산업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2000년까지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설립 7년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1995년부터 영업흑자를 내기 시작해 적게는 40억1000만원, 많게는 246억원 등 6년간 한 해 평균 161억원을 벌어들였으니 말 다했다.

결국 계열사들의 차고 넘치는 일감을 기반으로 개인회사를 키우고 이를 지렛대 삼아 무소불위의 지배권을 갖는 것은 이해욱(51) 대림 회장의 선대에 이미 모범(?)을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족적 훑기?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말이다. 대림코퍼가 사실상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대물림이 존재 목적이나 다름없는 계열사들을 통합, 이 회장을 대림코퍼의 최대주주로 올려 놓은 일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11월 대림코퍼의 대림에이치앤엘(H&L) 흡수로 이 회장은 대림코퍼 지분 32.12%(236만5962주)를 확보해 2대주주로 부상했다. 이어 이어 2015년 7월 대림코퍼가 대림아이앤에스(I&S)마저 합병하자 52.26%(550만1679주)로 끌어올리며 마침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지분 승계에 마침표를 찍자 이 명예회장은 지분 정리에 나섰다. 소속 재단 등에 보유지분을 연쇄적으로 증여했다. 2대주주로서 소유 중인 42.65%를 2015년 9월 대림학원·대림문화재단·대림수암장학재단에 4.99% 증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0월에는 대림문화재단에 5.01%, 잔여지분 32.65%는 통일과나눔재단에 증여했다.

계열 주주사들도 가세했다. 비록 후진적이라고 평가받아 온 대림코퍼→대림산업→오라관광→대림코퍼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오라관광은 작년 3월 대림코퍼에 4.32%를 전량 자사주로 넘겼다.

이에 따라 현재 대림코퍼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52.2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대림문화재단·대림학원·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과 첫째동생 이해승씨 등 특수관계인 4명과 자기주식(5.07%)을 합해 67.34%(708만9700주)를 소유한 구조를 갖춰놓고 있다.

상상 이상!

대림코퍼는 이 회장을 춤추게 하고 있다. 대림코퍼로 갈아탄 이 회장의 주식가치가 폭발하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온 대림코퍼가 역시 내부일감을 기반으로 알짜 수익을 내왔던 계열사까지 흡수하자 돈을 쓸어담고 있다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H&L과 대림I&S를 통합해 무역상사, 해운물류, ITC 등 3개 사업부문을 가지게 된 대림코퍼는 2017년 매출(별도기준)은 3조197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2조5600억원) 이후 2년 연속 증가추세다.

영업이익은 설립 첫 해 3개월을 빼고는 이후 단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며 2017년에는 1350억원(영업이익률 4.23%)을 달성했다. 작년에도 나무랄 데 없다. 1~3분기 매출 2조3400억원에 영업이익 882억원(3.77%)을 올렸다.

비결이야 뭐, 두말하면 잔소리다. 2017년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1조원이 넘는 31.72%(1조140억원·여천NCC, 폴리미래 등 관계회사 포함)다. 주력사 대림산업 14.72%(4710억원), 대림과 한화의 합작(50대 50)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10.24%(3270억원) 등 계열사들의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당연히 대림코퍼가 벌어들인 수익을 가장 마음껏 향유하고 있는 이는 이 회장이다. 대림코퍼는 1997년 이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장이 주주로 등장한 2008년 이후로는 주당 낮게는 750원, 높게는 3100원 결산 현금배당을 풀었다. 총배당금은 한 해 적게는 55억2000만원, 많게는 228억원 총 1350억원이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 배당으로만 546억원을 챙겼다.

대림코퍼는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곳간이 차고 넘쳐왔던 터라 이렇게 배당을 하고도 현재 7048억원(2018년 9월 말 기준)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다. 이 회장의 주식가치도 어마무시게 불어난 시기다.

대림코퍼의 주식이 가장 최근 거래된 시기는 2018년 3월. 대림코퍼가 계열주주사 오라관광 및 학교법인 대림학원의 소유지분 5.07%를 인수했을 때다. 당시 주당취득가는 8만1421원. 이해욱의 대림코퍼 지분 52.26%(550만1679주)가 448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 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 갑질 논란을 비롯해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조사, 대림산업의 하청업체 갑질 의혹 등 최근까지 갖가지 돌발 변수와 맞딱뜨렸다.  작년 3월 대림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2선 후퇴를 결정했던 이유다.

1년만의 경영일선 복귀, 2006년 11월 부친이 2선으로 물러난 뒤 명실상부한 오너 체제로의 회귀는 대림코퍼 지분 52.2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대림을 장악하고 있는 흔들림없는 지배기반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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