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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해욱의 물류계열사 위해 가지가지한 대림산업

  • 2019.01.29(화) 17:36

[대림 ‘No Tax’ 대물림 풀스토리]
2001년 5억에 H&L 차려…내부거래가 매출의 절반
사실상 지주회사 대림코퍼 2대주주 오르는 디딤돌

물류 계열사 주주명부에 심심찮게 보이는 재계 오너 일가의 면면. 이유는 뻔하다. 재계에서 흔하게 써먹어온 수법이다. 차고 넘치는 계열사 물량이 돈이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이는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대림에 ‘대림에이치앤엘(H&L)’이라는 해운물류업체가 하나 생겼다. 초기 자본금은 5억원으로 이를 전액 댄 이가 대림가(家) 3세 이해욱(51) 대림 회장이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이래 대림산업 구조조정실 부장을 거쳐 기획실장(상무)로 있던 33살 때다.

2008년 11월, 대림H&L은 대림 계열사들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무역상사 대림코퍼레이션에 흡수합병됐다. 7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대림H&L는 오너에 충성을 다하고 간판을 내린 계열사다. 이 회장의 주식가치를 불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렛대 노릇을 할 기반을 만들어준 것이다.

대림H&L은 창립 이후 매출이 단 한 번도 뒷걸음질친 적이 없다. 대림코퍼에 흡수되기 직전인 2007년에는 매출 2015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 또한 매년 예외없이 흑자가 계속됐다. 2005년 이후로는 해마다 1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2007년에는 매출의 5.95%인 120억원을 이문으로 남겼다.

성장 비결?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진 없다. 계열사들이 떡하니 자리를 깔아주는데 돈이 안 벌리는 게 이상할 게다. 2007년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5.24%(912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일감을 준 계열사만 해도 9개사나 된다. 이 중 대림산업이 22.0%(4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분의 1이 넘었다. 대림과 라이온델바젤 합작(50대 50) 석유화학업체(폴리프로필렌) 폴리미래도 10.8%(217억원)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계열사들, 참 가지가지 했다. 대림H&L에 운송만 맡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대림의 주력사답게 대림산업은 눈물겨울(?) 정도로 음으로양으로 대림H&L에 대한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2002년 7월 전방향족 폴리이미드 수지분말의 복합화 및 성형가공기술 개발 연구사업(PI사업)을 1억원 남짓에 대림H&L에 넘겼다. 2003~2012년 관련제품 매출의 2.5%를 지급받는 조건이 붙기는 했다. 2004년에도 아파트다용도베란다 내부결로 저감장치 제습창, 고성능 복층유리 제조 기술권에 대해 각각 5억원, 2억원에 사용허가권을 주기도 했다.

2007년 대림H&L의 대림산업 매출을 뜯어보면 해상운송(333억원) 외에도 타일·차음재·디지털 도어락 등 건축자재 납품으로 79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모델하우스 컨설팅·미술장식품 컨설팅 등으로 30억7000만원을 챙겼다.

대림H&L은 미수채권을 계열사에 안기기도 했다. 2004년 12월 아파트건설투자계약과 관련, 대림H&L이 셀그룹에 빌려 준 장기대여금 및 미수이자 70억4000만원을 대림코퍼에 넘겼다.

벌어들이는 게 얼만데…

대림H&L에 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림H&L은 200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라인복권사업을 벌이는 멀티랏(Multilot) 지분 53%를 콜스코와 현지주주로부터 84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멀티랏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2005년 12월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했다. 대림H&L이 투자금을 전액 손실처리한 것은 물론 멀티랏이 청산을 완료한 뒤 회수한 자금이라고 해봐야 2억원이 채 안됐다.

앞서 2002년에는 혜성미디어에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15억원을 투자했다. 혜성미디어 또한 재무상태 악화로 인해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 전액 손실로 떨어냈다.

대림H&L의 주인인 이 회장이 주력사업과는 하등 연관없는 생뚱맞은 사업을 벌이다가 쓴맛을 본 셈이다. 하지만 대림산업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차고넘치는 지원아래 벌어들인 게 얼만데, 지분가치를 끌어올리는 대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 회장이 대림H&L 투자자금은 105억원이다. 설립자본금 5억원을 출자한 뒤 2003년 2월과 2006년 4월 대림H&L 무상증자를 통해 보유주식이 100만주로 증가하고, 이후  2008년 3월 1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전액 출자(주당 액면 5000), 지분(100%) 변동 없이 주식을 300만주로 늘리기까지 들인 자금이다.

(2008년은 이 회장의 또다른 개인회사 대림I&S의 지분 53.7%를 갖고 있을 때다. 공교롭게도 대림I&S는 2007년 결산배당으로 250억원의 배당금을 풀었다. 순익의 232.90%인 매우 이례적인 고액배당이었다. 당시 손에 쥐고 있던 배당금이 146억원이다.)

대림H&L은 설립 이듬해인 2002년 결산배당으로 2억원(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 실시했다. 이어 2005년 16억원(주당 8000원)을 배당했다. 대림H&L이 이 회장의 100% 개인회사인 까닭에 18억원을 챙긴 이가 이 회장인 것은 당연하다.

2008년 11월 대림H&L이 대림코퍼에 합병될 당시 대림H&L에 매겨진 몸값은 주당 6만5198원(대림코퍼 8만2670원·합병비율 1대 0.7886536)이다. 소유주식 가치가 1960억원으대림H&L 설립 7년여만에 18배 넘게 튀길 수 있었던 것이다.

대림H&L에서 대림코퍼 주주로 갈아타게 된 이 회장이 지분 32.12%를 확보함으로써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당시 보유지분 60.96%)에 이어 대림코퍼의 단일 2대주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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