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하자 등기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 줄이기로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등기이사의 보수 최고 한도액을 50억원으로 책정했다. 오리온의 이사는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해 총 5명이다. 한 명의 등기이사 당 최대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예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2014년 오리온의 등기이사 보수총액은 150억원이었다. 일 년 만에 1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등기이사가 2013년 6명에서 2014년 5명으로 1명 줄었지만, 보수한도가 급감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업계는 오너 일가의 이사 퇴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회사 측은 해외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지만, 연봉 공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금융당국은 2014년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 보수를 공개하기로 했다. 2013년 한 해 담 회장은 53억9100만원, 이 부회장은 43억원79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부부 연봉이 97억원을 넘긴 것이다. 담 회장 부부가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더 이상 연봉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존에 과도하게 높았던 이사의 보수한도를 적정수준으로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보수 한도액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한다.
담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오너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신세계와 이마트, 하이트진로 등은 이사보수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오리온은 회장과 부회장 직급을 신설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허 부회장은 올해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신설된 회장·부회장 직급은 전문 경영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