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현(사진) CJ그룹 회장의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배임 혐의에 대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의 형량이 또다시 감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이 회장 등에 대한 원심판결 중 유죄 일부를 파기한다고 판결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작년 9월 2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부분은 ‘일본 부동산 매입 관련 배임’ 혐의다. 이 회장은 차명회사 (Pan Japan㈜)를 통해 2007년 일본 도쿄에 빌딩 2곳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CJ일본법인(CJ Japan㈜)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보증을 서면서 569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심과 2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이하 특경법) 배임액이 각각 363억원과 309억원이 인정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부동산 매입 배임에 대해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경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배임금액이 5억원 이상 돼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배임금액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팬 재팬㈜이 50억엔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이익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 불가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 측이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형법상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배임혐의에 대해 특경법인 아닌, 형법상 기준으로 다시 심리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배임혐의에 대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형법상 배임죄는 특경법상 배임죄보다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특경법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는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지만,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으로 형량이 떨어진다. 일각에선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국내 차명주식(177억원), 해외 SPC(41억원), 부외자금 조성(33억원) 등에서 총 251억원의 조세포탈을 한 것으로 확정됐다. 또 임원의 급여를 가장해 총 11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도 인정됐다.
CJ그룹 측은 이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감염우려 등으로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고려할 때 주요 유죄부분이 파기환송돼 형량의 재고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구속기소 된 이후 한 달만에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유지돼 현재 서울대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