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직원들이 경기도 용인의 녹십자 R&D센터 로비에서 미술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녹십자) |
제약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한층 강하다. 흔히 업체내 분위기가 군대에 비유되는 이유다. 군기를 바짝 잡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녹십자는 최근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미술전시회와 음악회 등을 통해 딱딱한 사내 분위기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허 회장의 이러한 예술경영은 녹십자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 본사와 R&D센터 로비에는 국내 추상화의 대가 곽훈의 '다완시리즈'가 걸렸다. 이밖에도 국내 유명작가의 미술작품 70점이 사내 곳곳에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13년부터 녹십자가 추진하고 있는 사내 갤러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년전부터 녹십자는 강당, 회의실, 휴게실, 화장실 등 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에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든다는 취지에서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매번 같은 작품을 보며 지루하지 않게끔 전시되는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음악회, 예술·문화 등을 주제로 다루는 교양특강 등도 직원들에게 선을 보였다. 이는 직원들과 '감성소통'을 강화한다는 허일섭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지난 5일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는 허 회장이 직접 직원들 앞에 직접 나섰다(사진). 창립 축하공연으로 최승현 목암생명공학연구소장과 함께 '향수'를 열창한 것이다. 공연에서 허 회장은 사내 합창단 '지오코소'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등을 합창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녹십자 본사에서 열린 '비어파티' 아이디어도 허 회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녹십자 본사에서 임직원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어파티는 직위를 막론하고 함께 어울려 회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기탄없이 나누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갖가지 예술,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위계적이고 딱딱한 사내 분위기를 바꾸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직원들도 일을 하며 중간 중간에 재충전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