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의약품의 일부를 변경한 개량신약이 오리지널의 특허를 명확하게 회피하려면 특허를 출원할 때 제출하는 특허명세서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제약사들은 개량신약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특허명세서를 더 꼼꼼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제약사 특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교육을 개최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오리지널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특허기간동안 허가와 특허를 연계해 복제의약품인 제네릭 시판을 금지하는 제도다. 국내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특허 회피가 중요한 과제다.
이날 의약품 특허전문 변리사들은 법원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리 범위를 해석할 때 특허명세서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 사례로 국내 제약사들이 MSD의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를 상대로 한 특허소송을 꼽았다.
자누비아는 지난 2002년 7월 선행발명으로 시타글립틴에 대한 물질특허를 출원했다가 선택발명으로 2004년 6월 신규로 인산염에 대한 후속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인산염의 일수화물을 분할해 2008년 1월 추가로 특허를 출원했다.
선택발명은 이미 공지된 화합물 그룹(상위개념) 중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하위개념)을 의미하는데 신규성·진보성·명세서기재 등 3가지 요건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규 인산염과 수화물에 대한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를 이끌어냈다.
장정수 특허법인 필앤온지 변리사는 "기술사상 범위 등을 기재한 명세서는 특허권리 범위를 해석하는데 주요하다"면서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기재하는데 의약품 구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항만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하도록 기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누비아의 경우 시타글립틴 염산염에서 후속 특허출원한 인산염을 직접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특허무효를 판단하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법원이 시타글립틴 염산염(선행발명)에 비해 인산염(선택발명)의 효과가 현저한지에 대해 진보성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한미약품과 종근당, 씨제이헬스케어 등 10개 제약사가 9개월 동안 다른 제네릭보다 우선 판매할 수 있는 우선판매 허가권을 획득했다.
안소영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도 선행발명에 대한 특허명세서가 선택발명을 무효화하는데 주요했다고 지적했다.
안 변리사는 "선택발명에 선행발명과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기재해야 한다"면서 "선행발명에 염이 예시돼 있긴 하지만 시타글립틴과 인산염의 구체적 조합이 개시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타글립틴의 경우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는 더 이상 논할 것이 없어 이후 상고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소송 기간을 2~3년 더 단축시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 변리사는 또 "항응고제 엘리퀴스의 경우 국내 제약사들이 물질특허 도전에서 승소하면서 유한양행은 타 제약사에서 제네릭 품목을 양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도전 진행 및 결과에도 예의주시해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