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 차세대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대학교수들이 잇달아 바이오 창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내용을 상업화하려는 취지에서 너도나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금이나 인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연구에만 몰두해온 대학교수들이 대표를 맡다 보니 경영 노하우나 비즈니스 네트워크 측면에서 제대로 준비가 안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바이오협회에 도움을 구하는 손길도 많아지고 있다.
◇ 바이오협회 신규 회원사 두 배 '껑충'
올해 바이오협회에 신규 가입한 회원사는 총 40곳에 달했다. 지난해 24곳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26곳은 설립한 지 5년 이내인 벤처기업이었다. 특히 대학교수들이 설립한 바이오 벤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학교수들이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바이오 산업이 그만큼 유망업종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바이오산업은 연평균 7.8%씩 성장하면서 지난 2017년 사상 최초로 생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그해 생산과 수출 모두 전년과 비교해 10% 안팎으로 성장했고, 투자는 8.1%, 고용은 6.5% 늘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에 정부도 미래 3대 신산업 분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정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3일 바이오헬스 등 미래 신산업에 1조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고, 보건복지부도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사업 등에 5000억원 이상 투입하기로 했다.
◇ 라이센텍과 몰팩바이오 등 대표적
올해 설립한 라이센텍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세계 최초 혁신 신약(first-in-class) 항암제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한국박테리오파지은행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설립했지만 별도 연구실 없이 명희준 대표가 교수로 있는 경기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자연과학관 내 전공실험실을 본사로 삼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설립한 몰팩바이오 역시 공학박사인 대덕대학교 윤길중 교수가 대표로 있으며 대덕연구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몰팩바이오는 물질성분 검사 및 분석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임상시험대행(CRO) 서비스를 진행하는 프리클리나도 경북대 의과대학 강영모 교수가 대표로 있다. 지난해 설립한 세닉스바이오테크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가 2017년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 제대로 준비 안된 창업이 대부분
문제는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사업 측면에선 제대로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다수 벤처들은 유망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만 내세워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자본과 인력이 태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대학교수를 겸임하면서 바이오 벤처 대표로서 연구 아이템을 상업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문적인 기반은 탄탄하더라도 사업화를 위한 정보나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12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제약산업과 달리 이제 갓 태동 단계다. 의약은 물론 의료기기와 화학 및 에너지·식품·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품으면서 차세대 미래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는 얘기다.
◇ 바이오협회 역할 더 커질 듯
그러다 보니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바이오협회에 손을 내밀고 있다. 바이오협회 역시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대신 홍보에 나서거나 보유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연계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협회는 최근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창업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액셀러레이터를 초청해 정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대학교수 등 연구자들은 좋은 연구 아이템을 갖고는 있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일단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을 창업했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면서 "협회에서 연구 성과를 대신 홍보하기도 하고 타 기업이나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쌓는데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