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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②온라인으로 더 쏠린다

  • 2020.03.03(화) 09:42

메르스 때는 '쿠팡' 주목…이번에는 대형업체도 가세
새벽배송 등 잇단 마감…온라인 유통 판도 변화 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마음 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마치 중세 유럽 흑사병을 연상케한다. 그 탓에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유통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유통산업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를 각 부문별로 짚어보고 향후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지난 2015년 유통업계 가장 큰 이슈는 '메르스'였다. 당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이하 협회)가 발표한 '2015년 유통업계 10대 뉴스'에 따르면 그해 가장 중요한 뉴스는 메르스에 따른 소비 침체였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맹위를 떨쳤던 그해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고, 백화점은 11.9%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그 와중에도 되레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 이들도 있었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다. 협회는 2015년 유통업계 세 번째 뉴스로 소셜커머스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실제로 2014년 3485억원이던 쿠팡의 매출은 2015년 1조 133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물론 당시 쿠팡은 쿠팡맨과 로켓배송으로 배송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시장을 선도했다. 오직 메르스 덕분에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기피하고, 온라인 쇼핑에 쏠린 흐름은 쿠팡의 성장을 앞당긴 기폭제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코로나로 유통 산업 판도 변화 가능성

실제 전염병이나 천재지변은 산업의 판도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에선 지난 2003년 사스로 혼란을 겪으면서 알리바바가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일본에서 '라인'이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계기도 일본 대지진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 유통시장에는 또다시 이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분위기는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하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최근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사진=SSG닷컴 제공.

신세계 SSG닷컴은 최근 온라인 주문 배송(쓱배송) 처리 물량을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지역 대상 새벽배송의 경우 기존보다 50% 확대한다. 

SSG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1월 28일 이후 쓱배송 주문 마감률(준비 물량 대비 주문 비율)은 전국적으로 평균 93%선까지 상승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주말 이후에는 전국 평균 주문 마감률은 99.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쓱배송 마감률이 전국 평균 80%선임을 감안하면 거의 20%가 더 오른 셈이다. 이 흐름에 맞춰 처리 물량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최근 온라인 주문 배송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롯데마트몰을 방문한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고, 배송 주문 건수 역시 5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각 점포 배송 인력을 모두 가동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대비 162% 급증했다. 

◇ 대형 유통업체 '온라인 전환' 앞당길 수도

'전통' 온라인 업체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쿠팡의 경우 지난달 20일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과 생필품 주문이 전국적으로 급증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쿠팡은 "주문량 폭증에 따른 품절과 배송 지연을 막기 위해 재고 확보와 배송인력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쿠팡을 비롯해 마켓컬리와 오이시스, GS프레시 등 주요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들 역시 줄줄이 배송 접수를 조기 마감하거나 중단하는 등 물량을 소화하는데 한계에 부닥친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체 유통산업의 흐름은 물론 온라인 유통시장 내부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계는 쿠팡뿐만 아니라 마켓컬리나 오아시스 등 주목받는 신생업체 그리고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나서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위주 조직을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최근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점포 30%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마트 역시 실적이 저조한 전문점들을 구조조정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대형 업체들의 '온라인 전환'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쏠림현상이 빨라지면서 시장 확대는 물론 온라인 업계 내부에서도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메르스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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