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경우 결정적 한 끗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폭발적인짠맛 #그래서입에짝짝 #짤수밖에없는이유
스팸은 짭니다. 짜도 너무 짭니다. 스팸을 떠올리면 '짜다'는 생각부터 납니다. 최근 들어 덜 짠 스팸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짭니다. 짠맛 탓에 스팸을 기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당연합니다. 짠맛이 건강에 좋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짜다는 것은 그만큼 소금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금은 우리 몸을 유지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많이 섭취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여기서 스팸을 위한 변명을 좀 해볼까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스팸은 짤 수밖에 없습니다. 스팸이 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팸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스팸은 통조림 햄의 일종입니다. 오랜 기간 보관해야 합니다. 오랜 기간 보관을 위해서는 염분이 필수입니다. 몽골군이 고기를 염장해 육포로 만들어 먹으면서 유럽을 휩쓸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스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기간 보관하기 위해서는 높은 염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짤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스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맹활약했던 사실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훨씬 쉬우실 겁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입니다. 언제든 틈날 때 먹어야 합니다. 전쟁터에서 식품의 유통기한은 길수록 좋죠.
스팸이 미군의 비상식량으로 채택된 것도 이런 탁월한 보관성 덕분입니다. 염도가 높고 보관이 용이하다 보니 군인들의 식량으로 제격이었습니다. 더불어 치열한 전투로 지친 몸에 염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팸은 짜야했습니다. 숙명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높은 염분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팸의 짠맛은 기피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팸의 짠맛은 스팸이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의 주식은 쌀입니다. 이 쌀로 밥을 지어 먹습니다. 밥은 싱겁죠. 물론 오래 씹으면 단맛이 돌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짭짤한 반찬과 어울립니다. 우리나라 음식의 반찬들이 대부분 염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쌀밥과 짭짤한 반찬의 조화는 기가 막힙니다.
스팸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싱거운 쌀밥과 잘 어울리는 짠맛의 스팸은 오랜 시간 쌀밥과 짭짤한 반찬에 길들여 있었던 우리 소비자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찌 됐건 '고기'입니다. 전쟁 등을 거치면서 어렵게 살았던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고기는 여전히 특별합니다. 스팸은 짭짤하게 조미된 고기입니다. '따뜻한 밥에 스팸 한 조각'. 딱입니다.
문제는 짠맛의 주범인 나트륨입니다. 스팸에는 100g당 1080㎎의 나트륨이 함유돼있습니다. 성인의 하루 권장 나트륨양이 2000㎎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입니다. 스팸 10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나트륨양의 절반을 먹는 셈이니까요. 그나마 한국산 스팸은 미국산 스팸에 비해 나트륨 함유량이 낮은편입니다. 미국산 스팸의 경우 112g당 1580㎎의 나트륨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스팸이 한국 스팸보더 더 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방은 100g당 31g, 포화지방은 11g이 포함돼있습니다. 각각 하루 권장량의 57%, 73%에 달합니다. 스팸을 먹으면 나트륨과 포화지방을 상당량 먹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트륨과 지방이 많이 함유된 만큼 건강에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팸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스팸을 꺼려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CJ제일제당도 이런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스팸 마일드'의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으로 낮춰 리뉴얼 출시했습니다. 510㎎은 국내 캔 햄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나트륨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수치입니다. CJ제일제당도 '스팸=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던 걸 겁니다. 최근 들어 나트륨 저감을 통한 건강한 식생활이 강조되다 보니 CJ제일제당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돼지고기92.44%의비밀 #열량만땅 #나트륨양무엇
그렇다면 스팸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요? 그래서 한번 후벼파봤습니다. 스팸의 캔 뚜껑을 열 때의 복잡한 심경. 맛은 있는데 건강에는 왠지 좋지 않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스팸을 집어 들게 되는 묘한 중독성의 기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적어도 스팸에 무엇이 들었고 그중 무엇이 우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인지는 알아야겠습니다.
일단 기준으로 삼은 제품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300g짜리 스팸 클래식입니다. 옆면을 보면 원재료 및 함량은 물론 영양성분에 관해 설명이 돼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잘 보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봐도 무슨 소리인지 몰랐고요. 하지만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공부하게 됐습니다.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제 저와 함께 스팸의 속을 한번 들여다보실까요.
우선 원재료 및 함량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단연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 함유량이 92.44%에 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돼지고기 함유량이 92.44%라고 해서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92.44%가 모두 살코기가 아닙니다. 이중 상당량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돼지 지방입니다. 스팸에는 돼지 지방이 상당량 포함돼있습니다. 스팸이 부드러운 이유입니다.
스팸에 사용된 돼지고기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국산이 섞여 있습니다. 국산 돼지고기는 외국산보다 비쌉니다. 짐작건대 '국산'은 국산 돼지 지방을 사용한 것을 이렇게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식품위생법상 육가공품에 돼지 살코기 60%, 돼지 지방 30%를 사용했다고 해도 표기는 '돼지고기 90%'로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팸의 돼지고기 92.44%가 모두 살코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참! 스팸 캔뚜컹을 따보면 가장자리에 젤리 같은 것이 맺혀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지방과 육즙, 뒤에 설명 드릴 다양한 조미료들이 합쳐진 것들입니다. 맛을 보시면 입에 착 붙습니다. 대신 시간이 좀 지나면 느끼함이 올라옵니다. 아무튼 스팸에는 돼지고기와 함께 다량의 돼지 지방이 함유돼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스팸은 고열량 제품입니다. 돼지고기와 돼지 지방이 주원료이기 때문이죠. 스팸의 열량은 100g당 340㎉입니다. 따라서 300g 한 통을 드시면 1020㎉를 섭취하는겁입니다. 성인 1인당 하루 필요한 열량 기준은 2500㎉입니다. 스팸 300g 한 통이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약 절반가량을 섭취하는 겁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스팸이 맹활약한 이유를 또 하나 알게 됐네요.
#식품첨가제 #아질산나트륨 #비타민C는왜
다음은 스팸의 포함된 첨가물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스팸 캔 옆을 보시면 각종 첨가물이 좍 씌어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께름칙하기는 한데 이게 무엇인지, 또 무슨 작용을 하는지, 우리 몸에는 어디에 안 좋은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죄다 어려운 용어로 씌어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스팸 캔에 씌어있는 각종 첨가제를 한번 찬찬히 뜯어봐야겠습니다.
스팸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총 6가지입니다. ▲ 폴리인산나트륨(Sodium Polyphosphate) ▲ 피로인산나트륨(Sodium Pyrophosphate) ▲ 메타인산나트륨(Sodium Metaphosphate) ▲ 카라기난(carrageenan) ▲ 비타민C ▲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등입니다. 이 중 여러분들이 아실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전 솔직히 비타민C 빼고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그럼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우선 스팸 캔에는 혼합제제로 폴리인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메타인산나트륨이 적혀있습니다. 이들은 '산도조절제'입니다. 즉 식품의 산도를 적절한 범위로 조정하는 식품첨가물입니다. 이들은 보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합니다. 더불어 식품의 색과 산화 방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산도조절제는 면이나 치즈, 발효유 등에도 많이 쓰입니다.
폴리인산나트륨의 경우 돈가스와 같은 튀김류를 바삭하게 만들거나 햄,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과 어묵, 맛살, 치즈 등의 식품을 탱탱하고 쫄깃하게 해주는 작용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식품의 결착력을 높이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맛을 좋게 하는 역할도 하죠. 피로인산나트룸과 메타인산나트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모두 '인산염'에 속합니다.
다음으로 카라기난이 있습니다. 카라기난은 유화제입니다. 스팸의 원재료를 보면 돼지고기와 정제수가 함께 들어가 있다고 씌어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물과 지방은 섞이지 않습니다. 물과 기름이니까요. 그런데 카라기난이 들어가면 이들을 잘 섞이게 해 하나의 형태로 유지시켜줍니다. 김이나 우뭇가사리와 같은 홍조류에서 추출합니다. 푸딩, 젤리, 잼, 아이스크림, 요거트, 두유, 초코우유 등에 사용됩니다. 햄과 소시지도 물론이고요.
뜬금없이 등장한 비타민C도 다 역할이 있습니다. 산화를 방지해 품질 저하를 막아주는 산화방지제입니다. 이제 스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아질산나트륨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햄과 소시지류가 붉은색을 띄는 것은 모두 아질산나트륨 때문입니다.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주는 역할이죠. 아울러 상품의 유통을 위한 보존료로도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육가공품에 쓰입니다.
#알고먹자 #몸에안좋은첨가물
그렇다면 이들 식품첨가물들이 모두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식품의 보관, 유통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첨가물도 있죠. 반면 건강에 위협이 되는 첨가물들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는 EWG 기준을 사용할까 합니다.
EWG는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약자로 미국의 공신력 있는 비영리 환경시민단체입니다. 8만 개 이상의 상품분석데이터와 2억 5000여 개의 연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한 식품 성분을 설명, 안내하고 있습니다. EWG에서는 Food Score(식품 점수)를 매깁니다. 특히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는 식품첨가물이 체내에서 나타내는 부작용을 종합해 위험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해 표시합니다.
EWG의 식품첨가물 위해등급은 ▲ No Concern(무위험) ▲ Lower Concern(저위험) ▲ Moderate Concern(중위험) ▲ Higher Concern(고위험)으로 나뉩니다. 이중 문제가 되는 등급은 중위험과 고위험입니다. 중위험은 호흡기나 피부 염증과 같이 심각하지만 회복될 수 있는 신체적 불편함과 피부와 호흡기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경우입니다. 고위험은 암, 천식 등 치명적인 전신질환 내분비계 교란, 발달 문제, 생식 문제를 포함한 악영향, 피부에 영구적인 손상 등을 줄 때 매겨집니다.
스팸에 포함된 식품 첨가물의 경우 무엇이 어떤 등급을 받았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산도조절제인 폴리인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메타인산나트륨은 모두 중위험에 속합니다. 하지만 소화기관에 자극을 주는 첨가물인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카라가닌은 저위험, 비타민C는 예상대로 무위험군에 속합니다. 참 다양하죠?
문제는 아질산나트륨인데요. 아질산나트륨은 EWG 등급에서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실제로 아질산나트륨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가능성 있음'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첨가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제품별로 사용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기준은 해외에 비해 엄격한 편이라고 하네요. 참! 아질산나트륨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아준다고 하네요. 쓰기도 안쓰기도 참 애매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스팸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셨나요? 저도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안 사실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한끗]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는 CJ제일제당이 꼭꼭 숨겨둔 '한국산 스팸'만의 제조 비법들을 살짝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CJ제일제당의 스팸 제조 기술은 독보적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배우러 온다는데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