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내세운 관광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독일과 노르웨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러시아 관광을 결합한 상품이 나왔다. 코로나 백신 접종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일부 국민들의 조바심을 노린 관광상품이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오는 6월 1일부터 알래스카 내 앵커리지, 주노, 케치칸, 페어뱅크스 등 4개 공항에 입·출국하는 미국 본토 관광객을 대상으로 백신 무료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 백신을 넉넉히 확보했지만 그외 많은 국가들은 코로나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또 나이‧직업‧지역 등 접종 우선순위에 밀려 백신 접종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역시 오는 11월까지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백신접종 완료가 목표였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접종률은 2%에 불과하다. 이에 일반 성인들이 접종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코로나 백신 수급과 접종까지 오랜 기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백신도 맞고 관광도 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 관광’은 얼핏 보면 무척 매력적인 여행상품이다.
하지만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 백신을 맞는다고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수일에서 2주가량이 소요된다. 여행지에서 백신 접종 이후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2월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간호사 2명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성되기 전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고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한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4건 발생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도 변수다. 많은 코로나 백신 개발사들에 따르면 현재 개발된 백신은 남아공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관광 후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직 국내에는 코로나 백신 관광 상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국내 여건상 판매가 쉽지 않아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트래블버블 협정(여행객의 의무 격리를 면제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백신여권 도입 등 기반이 마련되면 검토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여행상품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원정 코로나 백신 관광까지 거론되고 있다. 잇단 부작용 이슈로 특정 백신에 대한 접종을 꺼리면서다. 백신 선택권이 없는 우선접종대상자들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기 위해 백신 관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코로나 백신 관광 상품은 북유럽, 동유럽 중심으로 '러시아 백신'을 내세운 상품들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러시아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다.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화이자 백신은 미국 알레스카를 여행하는 '본토 국민' 관광객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여행‧관광산업 손실액만 50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관광이 활성화되면 산업을 살리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또 국가마다 코로나 백신 수급과 접종률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백신 관광이 세계적 집단면역에 일조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섣불리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고 코로나 백신도 맞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3차 대유행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