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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이 풀어놓은 '메기', 효과 있을까

  • 2021.11.27(토) 10:00

[주간유통]롯데, 파격인사 단행
핵심 부문·계열사에 외부 인사 수혈
조직에 빠른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파격 인사

롯데그룹의 인사가 화제입니다. 온통 '파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경질이 예상됐던 인물은 대부분 물러났습니다. 다만 그 자리를 메운 사람들이 파격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이번 롯데그룹의 인사가 종전과는 패턴이 확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순혈주의'에 집착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롯데그룹의 인사는 매번 예상을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룹의 조직 문화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그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잘 아는 사람들을 추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롯데에서 승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롯데맨'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껏 롯데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변화에 너무 둔감해졌다는 것이 문제가 됐지만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물론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도 있었습니다. 롯데ON 수장으로 영입된 나영호 대표와 얼마 전 롯데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영입된 배상민 전 카이스트 교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영입은 롯데그룹도 스스로 변화에 둔감했다는 것을 인정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이런 소폭의 변화로는 화석처럼 굳어진 롯데를 변화시키기에는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큰 변화를 줬습니다. 특히 그동안 철옹성과 같았던 롯데그룹의 핵심 부문과 계열사의 장을 외부 인물로 수혈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自省)'의 발로인 셈입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행보를 감안한다면 핵심 부문과 계열사의 장을 외부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왜 메기를 풀었나

그렇다면 롯데그룹은 왜 핵심 부문과 계열사에 '외부 사람'을 들였을까요. 이는 일종의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기효과는 정어리가 가득 담긴 수족관에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정어리들이 생존을 위해 꾸준히 움직여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데에서 나왔습니다.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면 기존의 것들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빗댄 표현입니다.

이 '메기효과'를 롯데그룹에 적용해 보면 이야기가 딱 들어맞습니다. '메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영입한 외부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 외부 사람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데려온 사람들입니다. 이는 곧 신 회장이 직접 롯데라는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놓아 효과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롯데 그룹이 새로 도입한 HQ 각 부문 총괄 대표. (왼쪽부터)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 회장은 지난 수년간 '변화'를 부르짖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못한 것이 아닙니다. 롯데의 사정을 잘 아는 업계 사람들은 그 이유를 'BU(Business Unit)'에서 찾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 2017년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군을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를 BU로 분류해 각 BU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책임 경영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BU체제는 롯데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각 BU가 기대와 달리 시너지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BU장들은 신 회장이 화두로 던진 '변화'에 대해선 시늉만 할 뿐 진정한 변화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오너가 던진 화두를 밑에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 조직은 변할 수 없습니다. 롯데가 그랬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롯데가 변하지 못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효과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이 BU조직에 칼을 댑니다. 그리고 4개 BU를 식품, 쇼핑, 호텔, 화학, 건설, 렌탈 등 6개 헤드쿼터(HQ)로 개편합니다.  각 HQ는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경영됩니다. 기존의 BU보다 슬림하고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짰습니다. 더불어 그룹의 핵심인 유통 총괄 대표와 상장 이슈가 있는 호텔 총괄 대표에 각각 외부 인사를 영입했습니다.

롯데그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외부 인사들이 대거 영입했다는 것은 신 회장이 롯데에 큰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외부의 시선으로 롯데의 문제점들을 지적, 변화를 주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동안 롯데를 지탱해왔던 '순혈주의'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롯데를 바꾸겠다고 나선 겁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외형적으로 롯데의 이번 인사는 파격적인 일이 맞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신 회장이 풀어놓은 메기들이 수조 안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롯데그룹은 지직이 방대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립니다. 이유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탓이 큽니다. 따라서 메기의 등장에 당장은 놀라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메기를 조직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신 회장은 메기들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겁니다. 하지만 메기들에게 자극받아 열심히 움직여줘야 할 정어리들이 오히려 메기를 공격한다면 신 회장의 변화 시도는 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어리들이 힘을 합쳐 메기를 잡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롯데 조직과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부디 신 회장이 풀어 놓은 메기들이 롯데가 변화를 시작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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