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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파격 실험', 결국 성과에 달렸다

  • 2021.12.25(토) 10:10

[주간유통]임원직급 '경영리더'로 통합
연공서열·인사장벽 파괴…성과로만 평가
새로운 제도 적응이 관건…내부 경쟁 유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파격 실험

CJ그룹이 무척 부산합니다. 지난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중장기 비전 발표 이후 지주사는 물론 각 계열사별로 무척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이미 짜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일사불란합니다. 이 회장은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여러 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늘 그렇듯 화두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CJ그룹의 움직임은 이 회장이 던진 추상적인 화두를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지난 23일 발표된 CJ그룹의 인사 개편안이 대표적입니다. 중장기 비전 발표 당시 이 회장은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자기주도적 성장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선언했죠.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가 빠져있습니다. 그 답을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으로 보여준 겁니다. 바로 임원 직급 통합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혁신을 강조했다. / 사진제공=CJ그룹

CJ그룹은 내년부터 사장, 총괄 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던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키로 했습니다. 이제 CJ그룹 임원들의 직급은 사라집니다. 임원의 대외 호칭은 대표이사·부문장·실장·담당 등 직책을 사용합니다. 그룹 내부에서는 종전대로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문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임원 직급 간소화는 이미 다른 기업들도 시행한 조치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인사부터 기존 '부사장-전무-상무'로 이어지던 직급 체계를 '부사장-상무'로 줄였습니다. 덕분에 40대 부사장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CJ그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아예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직급 체계를 전부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업계에서 '파격'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유가 뭘까

그렇다면 CJ그룹 왜 이런 파격 실험을 단행한 것일까요. 사실 CJ그룹은 이번 인사 개편안을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CJ그룹 인사 파트에서 오랜 기간 스터디를 거쳤고 다양한 분석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이 회장의 중장기 비전 발표 전에 인사 제도 혁신에 관한 큰 틀을 보고했고 이를 이 회장이 최종적으로 재가했다는 후문입니다.

CJ그룹이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내놓은 이면에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체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입니다.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체계에서는 나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직속 상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성과도 결국 직속 상관의 성과입니다. 직급 연한도 채워야 합니다. 성과를 내도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은 한정적입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는 임직원들의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안일함에 빠지기 쉽죠. 운이 좋게 임원이 된다고 해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임원이 되는 순간부터 성과보다는 자리보전에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지면 그 조직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CJ그룹의 이번 조치는 기존의 연공서열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벽을 허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새롭게 개편된 제도 하에서 경영리더는 철저히 성과 위주로 평가받습니다. 직급 연한도 없습니다. 보상은 성과를 낸 만큼 받습니다. 실제로 CJ그룹은 이번 개편안에서 "경영리더의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되며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 보직에 오르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성과만 낸다면 누구나, 언제든 부문장이나 CEO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겁니다.

숨겨진 의미

CJ그룹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물류, 바이오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CJ그룹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선진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했을 겁니다. 실제로 내부적으로 그런 요구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CJ그룹이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숙제도 남아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이런 제도 변화에 CJ그룹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과연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느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구성원들이 그 제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CJ그룹 입장에서도 아마 이 부분이 가장 신경이 쓰일 겁니다.

CJ 더 센터 / 사진제공=CJ그룹

이와 함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이 담고 있는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하면서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CJ그룹 내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조직의 뒤에 숨여 무임승차했던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메스를 대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성과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을 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내부 경쟁도 치열해질 겁니다.

CJ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데에 목말라있습니다.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향후  CJ그룹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훗날 이번 개편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라면 CJ그룹의 미래는 암울해지겠죠. 시동은 걸었습니다. 이제 성과가 날 것인가만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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