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롯데, 새처럼 날아 벌처럼 쐈다
편의점 미니스톱의 새 주인은 롯데로 결정됐습니다. 당초 롯데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가 지난 2018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당시 롯데는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인수가 무산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롯데가 미니스톱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업계는 롯데가 미니스톱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본입찰에 불쑥 등장했습니다. 롯데는 물밑에서 신중하게 미니스톱의 가격, 인수전에 뛰어든 플레이어 등과의 경쟁 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여부, 인수 시 시너지 등을 고민했습니다. 몰래 주판알을 튕겼던 겁니다. 그 결과,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전격적으로 인수전에 참전해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이로써 롯데는 편의점 시장에서 CU, GS25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산업입니다. 점포 수가 많아야 매출이 오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겁니다. 편의점 업체들이 앞다퉈 점포 수를 늘리려고 나서는 이유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점포 수 확대보다 점포 당 매출 확대가 더 큰 화두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점포 수가 받쳐줘야 그것도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롯데가 심사숙고 끝에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롯데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멀게만 보였던 편의점 1, 2위 업체들과 본격적인 진검 승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작년 한 해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인수전에서 신세계에 밀렸던 것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도 "롯데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건을 하나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허를 찔린 신세계
반면 미니스톱을 롯데에게 내준 신세계는 허탈해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는 점포 수 기준 업계 4위입니다. 5위였던 미니스톱이 3위인 롯데의 세븐일레븐으로 넘어가면서 세븐일레븐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작년 말 기준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5857개입니다. 세븐일레븐이 1만1173개로 약 두 배가량 많습니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의 점포 2600여 개를 가져가면서 최대 1만3800개까지 점포 수를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이마트24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 셈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편의점 업체에게 점포 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은 가까운 편의점을 찾습니다. 특정 브랜드를 정해두고 찾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편의점 점포 수가 많은 업체가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신세계는 미니스톱 인수에 많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비입찰부터 참여해 미니스톱 인수에 진심임을 보여줬습니다. 2018년 인수전에서도 신세계는 롯데에게 가격에서 밀렸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붙어볼 심산이었습니다. 마침 2018년 4300억원까지 치솟았던 미니스톱의 가격은 이번 인수전에서 2000억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세계로서는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런데 롯데가 본입찰에 참전하면서 미니스톱의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도 이에 대응해 최대한 많은 금액을 써냈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롯데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롯데는 미니스톱 인수에 3100억원을 써냈습니다. 신세계도 맞불을 놨습니다. 실제로 롯데와 신세계의 최종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신세계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지나친 낙관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미니스톱 인수에 실패한 것에 대해 가격에서 밀린 것뿐만 아니라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던 것에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롯데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신세계는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의미입니다.
신세계의 이런 전제는 이후의 행보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신세계는 나름의 전략을 갖고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롯데라는 변수는 크게 고려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하자 신세계 내부에서도 무척 당황스러워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롯데가 예비입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을 인수전 불참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런 점을 노리고 전략을 짰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상대를 방심하게 한 후 허를 찌르는 전략인 셈입니다. 사실 롯데는 2018년 미니스톱 인수 직전까지 갔던 곳입니다. 당시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막판 최종 담판까지 진행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만큼 롯데는 신세계에 비해 미니스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곳입니다.
정보 싸움에서 신세계가 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M&A에서 경쟁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경쟁에서 한 발짝 더 앞서나갈 수 있는 핵심 키(Key)입니다. 롯데에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신세계가 대략적으로 얼마를 써낼지 파악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것이 미니스톱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신세계의 다음 스텝은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했다고 해서 미니스톱의 점포 2600여 개가 모두 롯데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편의점은 본사 직영 매장과 점주들이 경영하는 곳으로 나뉩니다. 후자의 경우 본사와 일정 연도까지 그 업체 브랜드로 운영키로 계약을 하고 본사의 지원을 받습니다. 즉 계약이 끝나면 다른 브랜드와 계약해도 무방한 겁니다. 그래서 매년 편의점 업계는 재계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롯데의 입장에서도 미니스톱 매장들을 최대한 잡아둬야 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반면 신세계는 미니스톱을 빼앗긴 만큼 신규 출점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신규 출점이라는 것이 간단치가 않습니다. 2019년 편의점 업계는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편의점은 포화상태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신규 출점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특화매장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마트24만의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편의점 업체들도 모두 진행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즉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만한 획기적인 것이 없다면 이마트24가 이젠 '빅 3'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편의점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은 끝났습니다. 승자도 정해졌고요. 하지만 진짜 숙제는 이제부터입니다. 롯데는 미니스톱을 온전히 롯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작업이 간단치는 않을 겁니다. 신세계는 미니스톱이라는 기회를 잃은 만큼 이마트24만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제 롯데와 신세계 모두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습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롯데가 한발 앞서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