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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떠난 자와 돌아온 자…교촌의 봄 지속될까

  • 2022.04.04(월) 06:50

소진세 회장, 상장 후 호실적에도 대표직 내려놔
효율성 높인 만큼 부작용도 컸나…불화설 나오기도
조직개편 함께 단행…전문·오너경영 조화 추진할 듯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엔비(교촌)에는 최근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상장 전후 경영을 진두지휘했던 소진세 회장이 대표·사내이사직을 내려놨습니다. 대신 마케팅 전문가 윤진호 총괄사장이 새 선장으로 부임했죠. 3년 전 가족의 불미스런 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권원강 창업주는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5개 부문, 1개 연구원 형태로 조직도 개편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롯데그룹 사장 출신인 소 회장은 교촌의 시스템을 개선한 인물입니다. 2019년 직급을 축소해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고, 전사적자원관리체계(ERP)를 구축했죠. 일부 외식 브랜드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도 정리했고요. 이는 수익성·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교촌은 지난해 사상 최초의 외식 프랜차이즈 직상장에 성공합니다.

실적도 개선됐습니다. 2019년 3801억원이었던 교촌의 매출은 이듬해 4476억원으로 크게 뜁니다. 영업이익은 410억원이었죠. 이는 당시 역대 최고 실적이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순항은 계속됐습니다. 사상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넘겼을 뿐 아니라 성장의 질도 높았습니다. 지난해 교촌치킨의 가맹점 폐점율은 0%입니다. 가맹점주와 '상생'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아울러 주류도매업체인 인덜지를 인수하며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도 시작됐습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다소 부족했습니다. 소 회장은 상장 당시 해외 매장을 530곳으로 늘리고, 매출을 2배 키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촌의 해외 매장은 아직 100곳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국내 프랜차이즈는 보통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합니다. 현지 기업에게 브랜드를 빌려주는 방식이죠.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소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이유가 '실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교촌은 소 회장 부임 이후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럼 교촌은 왜 변화를 택했을까요. 업계에서는 운영 과정의 불협화음을 원인으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소 회장은 롯데그룹 재직 시절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리더 인물입니다.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교촌이 소 회장 취임 이후 빠르게 변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반면 이런 리더십은 실무진의 업무를 늘리고, 소통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교촌 내부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경영진 내부 불화설도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최근 많은 임원이 교촌을 떠났습니다. 상장의 주역 송민규 최고재무책임자(CFO), 물류·전략 담당 임원 등이 연이어 사표를 냈죠. 지난달에는 조은기 총괄사장이 취임 1년만에 해임됐고요. 최근 권 창업주가 내놓은 창립 31주년 슬로건 '해현경장'이 이를 암시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해현경장은 느슨해진 거문고 끈을 다시 맨다는 뜻입니다.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겠죠.

특히 권 창업주와 소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다르다고 알려졌습니다. 권 창업주의 경영 방식은 타 프랜차이즈 오너와 달리 보수적입니다. 점주 영업권을 위해 가맹점을 1000개 수준에서 늘리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죠. 신메뉴를 7년 만에 선보이기도 했고요. 이를 고려하면 권 창업주가 소 회장식(式) 경영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의견 충돌이 인사 개편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입니다.

윤진호 교촌 신임 대표는 신사업과 해외시장 강화를 목표로 밝혔습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앞으로 교촌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일단 권 창업주의 영향력이 보다 강해질 겁니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소집·지휘하는 자리니까요. 게다가 권 창업주는 교촌의 지분 6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너경영 체제로의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촌도 이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고요. 오히려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촌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책임경영 요소를 강화했습니다. 회사를 △총괄 △공급망관리(SCM) △가맹사업 △디지털혁신 △신사업 등 사업부문과 식품과학연구원 등 6개 부문으로 나눴죠. 이사회 경영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경영조정실도 별도로 설치했습니다. 각 부문이 사업 운영을 맡고, 전사적 의사결정은 경영조정실이 관여하는 구조입니다. 전문경영인 중심 기업 대부분이 이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교촌은 왜 이런 구조를 선택했을까요.

교촌은 이미 시스템의 힘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윤 신임 대표는 신사업과 해외시장 개발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죠. 전문가의 역량이 여전히 필요할 겁니다. 따라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버릴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촌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를 위해 권 창업주의 영향력과 조직관리 노하우가 필요했을 테고요. 전문가가 경영하되, 관리는 오너가 직접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것이 교촌이 선택한 '변화의 방식'입니다.

교촌은 실속있는 기업입니다. 가맹점당 매출이 압도적인 업계 1위죠. 이를 정착시킨 창업주가 복귀한 만큼,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전략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교촌에게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치킨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니까요. 이는 전문경영인의 담당 분야입니다. 교촌은 인사·조직개편과 함께 올해를 '새로운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교촌의 새 시스템은 어떤 30년을 만들게 될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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