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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어른이족 홀렸다' LF가 '미미'를 소환한 이유

  • 2022.04.27(수) 06:50

헤지스 협업 미미인형 '팝업스토어' 오픈
패션 시장 지각변동 속 'MZ 잡기'에 사활
"커머스 플랫폼 넘어 패션 문화 플랫폼 목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복고(레트로)' 열풍이 패션업계까지 번졌다. LF 대표 브랜드 '헤지스(HAZZYS)'는 국내 완구 업체 미미월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는 레트로 패션 아이템과 미미 인형으로 구성된 한정판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캡슐 컬렉션은 출시 나흘 만에 1000개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LF는 이번 협업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M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패션업계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회사 측은 "레트로 마케팅을 시작으로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MZ세대 마케팅을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미가 돌아왔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위치한 헤지스 팝업스토어는 어릴 적 함께 했던 미미 인형을 만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베레모와 미니스커트 등 '그 시절' 유행했던 스타일링을 하고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은 "이거 어렸을 때 내가 갖고 놀던 인형인데?"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캡슐 컬렉션 의상을 착용해보고 미미의 옷장처럼 꾸며 놓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이틴 감성의 체크 치마, 전면에 로고가 박힌 크롭탑 등을 입는 사람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연상케했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광경도 펼쳐졌다.

헤지스 X 미미인형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 차지현 기자 chaji@

기자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벨벳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은 미미 인형이었다. 2000년대 초반 패리스 힐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해외 팝스타가 즐겨 입던 스타일 그대로였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과 당시 유행했던 패션 문화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추억을 소환했다.

매장은 2030대 여성들은 물론 어린 학생들로 북적였다.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A씨는 "이름 말고는 잘 아는 인형은 아니지만 익숙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게 흥미롭다"면서 "젊은 세대가 잘 모르는 문화와 소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지스, 미미를 소환한 이유

국내 패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삼성물산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 소매 판매액은 약 37조원이었다. 전년 대비 4.4%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패션 대기업은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패션 사업 매출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휠라홀딩스, 한섬, F&F 등의 브랜드가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또 무신사,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MZ세대 소비 패턴의 특징은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비싼 제품이라도 마음이 움직이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한다. MZ세대가 국내 패션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이런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미 인형과 레트로 패션은 밀레니얼 세대에겐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아울러 30대 이하의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롭고 참신한 트렌드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헤지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젊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재미도 얹었다. 캡슐 컬렉션이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데는 바이럴(입소문)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LF는 이번 협업을 기념해 캡슐 컬렉션을 착용한 미미 인형의 3차원(3D) 티저 영상을 공개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미 테마의 셀카 필터도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출시 직후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에 각종 인증샷을 올리며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냈다. 그 결과 3D 미미 영상 콘텐츠는 현재 20만 뷰를 기록했고 미미 셀카 필터 사용 횟수는 6000여회에 달한다. MZ세대의 놀이 문화에 깊숙이 침투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초기 호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F 관계자는 "미미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의 패션 인형으로, 밀레니얼 세대라면 누구나 접해봤을 만큼 친숙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전하고 미미와 동시대를 살아온 소비자에게는 추억 속 그 시절의 감성을 즐길 기회를 선사하기 위해 이번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LF, 패션에 '스토리'를 입힌다

LF는 앞으로도 MZ세대 마케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실제 LF는 최근 2년간 디지털 전환에 주력해왔다. 스토리와 패션을 결합해 MZ세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지난해 라이브 방송과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라이브미디어커머스팀을 온라인패션사업부에 신설했다. LF몰 오리지널 시리즈 '2시 압구정'을 시작으로 헤지스닷컴의 웹드라마 '해지수' 등을 내놨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를 개설했다. LF가 한글의 '나'와 모양이 비슷한 점에 착안, '나랑 놀자'로 읽을 수도 있도록 재미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LF 직원의 일상 브이로그부터 패션 정보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 21일 공개한 콘텐츠에서는 LF 직원의 출근룩을 소개해 직장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LF 직원의 출근룩를 담은 'LF랑 놀자' 유튜브 콘텐츠. /사진=LF

LF의 최종 목표는 LF몰의 패션 문화 플랫폼 변신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LF 브랜드의 친숙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김형범 LF 홍보팀장은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 고객이 새롭고 신선한 경험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헤지스와 미미 인형의 협업을 기획했다"며 "올 초 LF 공식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를 개설한 데 이어 LF몰의 자체 라이브 방송 콘텐츠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MZ세대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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