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들이 MZ세대 직원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간의 공략대상이 MZ세대 고객이었다면 이제는 사내 직원들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이같은 추세는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 MZ세대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임원들 사이에서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30년되면 'MZ' 전성시대 온다
MZ세대는 통상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이 최근 몇년사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와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란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의 입지가 매우 높아졌다"라며 "가장 자신에게 이로운 금융서비스를 찾는다는 의미의 금융 노마드라는 단어 역시 MZ세대가 만들어낸 부산물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앞으로 수년내에 MZ세대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핵심 중추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2030년이 되면 MZ세대가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약 60%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주목할 점은 MZ세대가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이어 나갈뿐 아니라 자산 역시 MZ세대로 이동할 것이란 점이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10년간 1940~1959년생을 의미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속이 진행되면서 MZ세대로 부의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며 "경제활동과 상속 등으로 인해 MZ세대의 자산은 앞으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86이 이끄는 금융권, MZ에 적응하라
MZ 전성시대가 온다지만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은 아직 586세대가 주도한다. CEO부터 임원급까지 MZ세대와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들의 생활습관은 물론 소비패턴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MZ세대는 전 산업권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86세대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기기가 TV인 반면 MZ세대는 PC, 모바일 등 최신 디지털 플랫폼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초개인화된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적합한 정보 수집으로 이어지면서 각자 개인 맞춤형 소비패턴으로 이어졌다. 현재 전 산업권에서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 경제주체들이 공급자 중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누렸다면 MZ세대가 경제주체로 자리 잡으면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핵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CEO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한들 1950년대생들이 이끌고 있고 임원진들 역시 마찬가지"라며 "MZ세대들이 경제주체로 자리를 잡는만큼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윗세대들이 그간의 사고방식을 접어두고 이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를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 공략, CEO가 나섰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MZ세대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지만 이는 트렌드에 쫓겨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 관계자는 "MZ세대 공략을 위해 내놓은 서비스에 MZ세대가 참여했느냐 라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MZ세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그 윗세대가 서비스를 내놓은 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 금융권 CEO들이다. 방식은 조직 내부 MZ세대들과의 소통이다. 조직 내부 MZ세대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MZ세대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데다가,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될 MZ세대의 특징을 선제적으로 알아갈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있었던 경영회의에서 임원진들에게 "다양한 업종에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들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전례가 있다"라며 "디지털 시대의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이를 경영진들이 속도감 있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며 MZ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후 윤 회장은 MZ세대가 회의의 주체가 되는 비대면 회의 'e-소통라이브'를 통해 MZ세대에게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내어주기도 했다. 아울러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점심도시락 미팅'등에 나서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조용병 회장은 "MZ세대가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들이 열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윤종규 회장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룹사 경영진들이 MZ세대의 성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아예 MZ세대가 주축이 돼 그룹의 전략을 이끄는 '후렌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후렌드위원회'는 종전 586세대가 조직을 이끈것과는 달리 MZ세대 직원들에게 모든 결정권을 내어줬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금융회사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적극적으로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그룹 MZ세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한 디지털 오피니언 조직인 '블루팀'과 '레드팀'을 꾸렸고 지난 12일 이들의 회의에 직접 참가했다.
손 회장은 회의를 주도하기 보다는 참관했다. 대신 이날 회의에서 나온 MZ세대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게 정리된 아이디어를 즉시 실무부서에 전달토록 하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손태승 회장은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는 직원들과 격의없는 소통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과거 세대는 CEO와의 간담회가 있다고 하면 직원들 사이에 불편하다는 기색이 있었지면 MZ세대는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표현한다"며 "이러한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MZ세대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