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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보다 비싼 개밥"…펫푸드가 미래다

  • 2022.09.30(금) 07:20

식품기업들 펫푸드 시장 공략 나서
1~2인가구 증가로 펫 시장 확대 추세
시장 프리미엄화로 고부가가치 사업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식품업계가 반려동물용 식품(펫푸드)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소비자들이 반려동물에 쓰는 비용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펫푸드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식품업계가 '펫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고도화된 반려동물 시장은 육아 시장과 비슷하다. "내 새끼 먹일 건데 좋은 거 먹여야지"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따지며, 성분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핀다.

반려동물용 사료는 사람용 제품보다 세밀하게 '등급'을 나눈다. '휴먼 그레이드'는 모든 원재료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사용한 등급이다. 식품업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애들보다 '댕댕이'가 더 많다고?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가구 수는 313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2092만 가구)의 15%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는 이보다 많은 604만 가구로 계산했다. 업계에서는 전체 반려동물 수를 1000만 마리 이상으로 본다. 지난해 아동 인구는 10년 전 대비 22.8% 감소한 748만3944명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보다 반려동물이 더 많은 셈이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가 급증한 데는 변화한 가족 구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716만5788가구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2인가구를 더하면 전체 가구의 60%가 1~2인 가구다. 이 중 아이를 낳거나 결혼하는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모두 독립한 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년 부부도 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려동물 수가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확대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000억원까지 커졌다.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반려동물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든 나라들은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GDP의 0.3% 수준이다. 한국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휴먼그레이드' 우리가 잘 알죠

펫푸드 사업에 뛰어든 국내 식품 기업은 많다. 하림, 동원F&B, hy, KGC인삼공사, 풀무원 등 내로라하는 식품 기업들이 펫푸드를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원래 자신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들을 이용해 반려동물용 제품을 만든다. 하림에선 닭고기가 주원료인 사료를 만들고 hy는 유산균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하림은 지난 2017년 펫푸드 제조 계열사 '하림펫푸드'를 설립했다. 400억원을 들여 충청남도 공주시에 사료 공장 '해피댄스 스튜디오'를 짓고 휴먼그레이드 사료 '더 리얼'을 론칭했다. 모든 제품이 휴먼그레이드 등급이며 방부제와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 285억9200만원, 영업이익 5억6900만원을 내며 출범 5년 만에 흑자를 냈다.

하림의 펫푸드 라인업./사진제공=하림펫푸드

'곰표밀가루'의 대한제분은 펫푸드 계열사 '우리와'를 통해 펫푸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당초 동물병원 프랜차이즈로 시작했다가 지난 2018년 계열사인 대한사료의 펫사료 부문이 넘어오면서 펫푸드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초에는 대산앤컴퍼니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 펫푸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매출만 1000억원에 육박했다.

동원F&B는 참치가 주력 제품인 만큼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용 사료와 간식을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1991년부터 펫푸드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해 오다가 2014년 자체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론칭하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고 2025년까지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케어하는 영양제 콘셉트의 제품들도 많다. hy는 유산균 노하우를 활용한 반려동물용 유산균 '펫쿠르트'를 선보였고 KGC인삼공사는 '지니펫' 브랜드로 홍삼을 넣은 사료를 만든다. 풀무원과 종근당도 반려동물용 영양제를 내놓고 있다. 광동제약도 최근 자사의 스테디셀러 브랜드 '경옥고'를 모티브로 삼은 반려동물용 영양제 '견옥고'를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1인자 없는 시장…"오히려 좋아"

이미 펫푸드 시장을 노크했다가 쓴 맛을 본 기업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펫푸드 브랜드 CJ오프레시, CJ오네이처를 선보였지만 7년 만인 2020년 철수했다. 빙그레도 2018년 펫푸드 브랜드 '에버그로'를 론칭하고 펫밀크 등의 제품을 내놨지만 1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프리미엄 사료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펫푸드 노하우가 길고 성분 표기 등에서도 더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국내 사료 시장이 가성비 중심의 중저가 사료에 집중됐던 것도 이유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 제품이 생산 후 몇 달이 지난 제품인 반면 국내 생산 제품들은 신선도가 높다. 오랜 기간 식품을 만들어 온 기업들인 만큼 위생이나 원재료 품질, 관리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제품의 정보를 얻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프리미엄 사료 시장이 열린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국내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프리미엄 사료 시장은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 국내 식품 기업들이 잇따라 펫푸드 시장 공략에 나서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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