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과 이마트24 중 어느 커피가 맛있나요"
"제가 말하면 기사화되지 않겠습니까 (웃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편의점 이마트24의 상품 전시회에 '깜짝' 방문했다. 이날 이마트24 원두커피 브랜드 '이프레쏘'의 시음 부스를 찾은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맛있다고 해야할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편의점 사업은 유통업 중 가장 유망하다"며 "지속적인 상품 개발, 업태 개발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24의 '축제'
이마트24는 8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창사 이래 첫 상품전시회 격인 '딜리셔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이마트24가 가맹점주와 예비 창업자, 협력사를 대상으로 올해 사업 전략, 상품 트렌드, 매장 운영 노하우를 공개하는 자리다. 총 IT서비스관, 카테고리 킬러관, 간편식품관, 서비스상품관 알코올관 등 총 16개 섹터로 구성됐다.
이마트24는 이날 1000평 규모에 이마트24에서 판매중인 상품 3000여 개를 배치했다. 와인 전문관, 밀키트 전문관, 택배 서비스, 자체 제작(PB) 상품 등을 가맹점주에게 소개했다. 약 150여 개의 참여협력사가 행사에 함께했다. 수입과자, 밀키트, 완구 등 특정 카테고리를 정해 상권 특화 매장에 대한 전략도 고민할 수 있는 자체 전시관도 선보였다.
특히 스마트 담배자판기, 주류판매기, 무인 출입 인증기 등 IT 기술들이 점주의 발길을 붙들었다. 이마트24는 신세계아이앤씨와 협업해 편의점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전기스쿠터를 판매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야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가 늘고 있어서 무인 판매기 등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정용진의 관심 끈 것
이날 정 부회장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행사장에 도착했다.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허병훈 신세계 부사장, 우창균 신세계L&B 대표, 전항일 지마켓 대표 등 신세계그룹 주요 임원들도 함께였다. 특히 김장욱 대표가 정 부회장을 밀착 마크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정 부회장은 한 시간여 동안 행사장을 돌며 시식, 시음을 진행했다.
특히 이마트24의 와인 신제품 부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24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꼬모' 와인 3종을 직접 시음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를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온 인물이다. 이마트24의 커피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프레쏘 부스 관계자에게 로스팅 기법 등 전문적 질문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경영주 레시피로 상품을 만드는 '딜리셔스 콘테스트' 부스에도 들렸다. 최종 후보에 오른 5가지 메뉴 맛을 본 정 부회장은 관계자에게 "귓속말로 하겠다"며 맛 평가를 전했다. 이날 콘테스트 1등 레시피는 행사에 참여한 가맹점주들의 스티커 투표로 결정된다. 행사 마지막날 최종 순위가 결정되며 1, 2, 3등 레시피는 상금과 함께 실제 상품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용진이 형, 왜 왔을까
정 부회장이 이마트24 행사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앞으로 편의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데이' 등 계열사 행사에 참석해 왔다.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한 일종의 '붐업' 역할이었다. 하지만 편의점 사업에선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깜짝 방문은 일종의 '포상' 성격도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68억원의 영업이익 기록, 전년 3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도 2조원대를 돌파했다. 이마트24는 지난 2014년 이마트 자회사 편입 후 2021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최근 흑자 전환으로 '효자'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마트24는 CU, GS25 등 경쟁사보다 적은 점포 수에도 주류특화 매장 등 차별화 마케팅으로 흑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 부회장의 깜짝 방문은 이를 치하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에 대한 관심을 한껏 과시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장을 떠나기 전 "편의점 사업은 앞으로 유통업 중에서 가장 유망한 업종 중 하나"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과 업태에 대한 지속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마트24 점포 수 확대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밥을 먹을 계획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재치있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