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가 몽골을 '블루 오션'으로 점찍고 본격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몽골 초원을 달린 라면과 편의점 등은 농심과 CU 등 우리 브랜드가 몽골 시장 1위로 자리잡았다. 주류업계에서도 10년 넘게 시장을 공략해 온 오비맥주에 이어 최근엔 롯데칠성이 크러시로 몽골 진출을 선언했다. 몽골은 세계적인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고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가자 초원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지금 K-편의점의 격전지다. 한 발 먼저 몽골에 진출한 CU는 약 4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몽골 편의점 업계 1위 브랜드다. GS25도 300여 개 점포로 바짝 추격 중이다. 현지에 먼저 진출한 CU가 앞서가고 GS25가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출점을 이어나가며 격차를 줄여가는 모양새다.
양사가 운영 중인 점포만 700여 개로,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인 '서클K'도 몽골에 진출했지만 CU와 GS25에 밀려 결국 철수했다. 양사는 내년까지 몽골에서 각각 500호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몽골 라면 시장 역시 국내 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몽골 인스턴트 라면 시장 1위 브랜드는 농심이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10%대 초반 점유율인 2위 브랜드도 국내 브랜드인 팔도다. 이웃 러시아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팔도 도시락이 몽골에서도 인기를 누린 영향이다. 몽골에서는 봉지면보다 컵라면 매출 비중이 높다.
맥주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999년 몽골 시장에 진출한 오비맥주는 현지에서 수입맥주 브랜드 2위다. 1위인 중국을 맹추격 중이다. 최근엔 롯데칠성이 신제품 맥주 크러시의 몽골 진출을 선언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몽골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맘스터치, 롯데리아, 메가커피, 뚜레쥬르 등이 깃발을 꽂았다. 이마트는 지난 9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4호점을 개점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9월부터 몽골 할인마트에서 PB 상품을 판매 중이다.
몽골의 매력
사실 몽골은 아직 작은 시장이다. 전체 인구는 350만명에 불과하다. 부산(330만)보다 조금 많고 인구밀도는 전세계 최하위다. 몽골 라면 시장 1위인 농심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국내 1위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의 열흘치 매출 수준이다. '대박'을 노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몽골 진출에 나서는 건 미래 먹거리를 선점을 위해서다. 2022년 기준 몽골의 합계출산율은 2.90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14세 미만이다. 대한민국의 14세 미만 인구 비율(10.6%)보다 3배 가까이 높다. 15~35세 청년층 인구를 포함하면 전체의 60% 이상이 35세 미만 젊은 층이다. 어릴 때부터 한국 브랜드에 노출된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높은 경제 성장률도 눈에 띈다. 세계은행은 올해 몽골의 경제성장률을 6.1%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도 5%대를 기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4947달러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보다 높다. 젊은 경제인구가 많은 만큼 이같은 고성장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밀도는 낮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모여 사는 특성도 신규 진출에 유리하다. 다양한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울란바토르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되기 때문에 물류, 마케팅 등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을 위한 진출이라기보다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의 진출"이라며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진출하면 투입비용 대비 시장점유율·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큰 효율을 낼 수 있어 몽골로 향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