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제조 3사가 올해 상반기 엇갈린 실적을 받아들었다. 3사 중 농심만 유일하게 수익성이 악화했다. 해외 비중, 사업 구조에 차이가 있는데다 지난해 가격 인하한 제품이 주력 제품이었는지 여부가 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농심만 줄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33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6% 줄었다. 농심 측은 "영업이익은 매출원가 및 경영비용 부담 증가와 지난해 신라면, 새우깡 등 주요제품 가격 인하 등으로 감소했다"며 "경영환경이 어려웠던 가운데 수출을 늘리고 판관비를 절감하는 등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 감소 폭을 줄였다"고 밝혔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수익성이 개선됐다. 오뚜기는 올 상반기에 매출 1조7428억원, 영업이익 134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1.9%, 3.8%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의 경우 라면, HMR, 소스·드레싱류 매출이 증가한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뚜기 측은 "개별기준으로 보면 광고비, 수수료 등이 증가해 영업이익율이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매출 8101억원, 영업이익 16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52.6% 늘었고, 영업이익은 149.6%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2분기 해외 매출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삼양식품 측은 "미국시장이 2분기 해외매출을 견인했다"며 "주류 채널 입점 확대와 현지 까르보불닭볶음면 인기로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 매출이 전년 대비 125% 증가한 714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비중 차이
이처럼 라면 3사가 다른 실적을 내놓은 것은 해외사업의 비중과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은 수익성이 높다. 현지 시장에 맞춰 국내와 가격을 달리할 수 있는데다, 환율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내수보다 훨씬 크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78%다. 지난해 2분기 66%에서 1년새 12%포인트 확대했다.
삼양식품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62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78.6% 성장했다. 매출 성장은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 매출에 대해 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농심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6598억원이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년과 동일하게 38%다. 삼양식품이 전체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 및 수출한다면, 농심은 현지생산(미국, 중국) 및 국내생산(수출)을 통해 해외에 판매하는 하는 방식이 결합돼 있다. 미국, 중국에서 현지 생산을 하면서 고환율 수혜를 입지 못했다.
농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국내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내수 조직에 들어가는 판촉비, 기타 고정비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 가격 내린 여파?
지난해 7월 라면 3사는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올해 상반기엔 가격 인하 여파가 나타난 시기다. 가격 인하 제품이 각 사의 주력 제품이었는지에 따라 실적에 끼친 영향이 달랐다는 분석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라면 비중이 높다.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라면의 비중은 각각 농심 81.2%, 삼양식품 91.9%인 반면, 오뚜기는 27.7%였다. 하지만 타격감은 달랐다.
지난해 농심은 신라면은 50원을, 새우깡은 100원을 각각 인하했다. 농심은 국내 라면업계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곳이다. 지난해 신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16.05%로 1위였다. 신라면은 농심의 전체 라면 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한다. 농심이 수익성 악화 이유에 가격 인하 영향을 언급한 이유다.
농심의 올 2분기 국내(내수, 국내 생산 수출) 매출은 6247억원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39% 감소했다. 그중 라면 매출은 신제품과 하절기 면 제품의 호조 덕분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새우깡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품들"이라며 "올해 상반기 두 제품의 매출 감소 폭은 약 100억원"이라고 말했다. 100억원은 가격 인하분에 판매량을 곱해 나온 값으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그만큼 더해졌을 것이란 의미다.
삼양식품의 경우 가격 인하 품목에서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제외했다. 대신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 불닭브랜드 매출에선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브랜드 중 불닭볶음면은 농심 신라면·짜파게티, 오뚜기 진라면 다음으로 매출이 높은 브랜드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해외 매출에선 70% 비중이지만, 국내 매출에선 31%를 차지한다"면서 "국내에선 매운 국물 라면류가 더 인기를 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 역시 지난해 가격 인하 대상에서 대표 제품인 '진라면'을 뺐다. 대신 스낵면, 참깨라면, 진짬뽕 등 라면류 15개 제품을 평균 5%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 매출이 성장했음에도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높은 해외시장 개척이 한층 더 중요해진 만큼 공장 내 신규 라인을 늘리거나 신제품 출시, 유통채널 확대 등의 전략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