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국내 바디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외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던 '배스 앤 바디 웍스'의 국내 유통권을 단독 확보하고 매장 확대에 나섰다. 기존의 '러쉬', '더바디샵' 등 바디용품 전문숍들의 인기가 주춤해졌지만 신세계는 배스 앤 바디 웍스를 통해 '향기'를 추구하는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바디용품 리딩브랜드 될 것"
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배스 앤 바디 웍스(Bath & Body Works)의 국내 단독 유통권을 확보했다. 지난 24일 배스 앤 바디 웍스 1호점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스위트파크에 오픈했다.
배스 앤 바디 웍스는 1990년 미국에서 시작된 화장품 브랜드다. 바디워시, 로션, 향초 등을 판매한다. 북미와 유럽 등 43국에 20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는 배스 앤 바디 웍스 매장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현지에서 구매해오거나 온라인 직접구매, 구매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세계는 이 틈새를 노렸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부터 배스 앤 바디 웍스의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백화점 내 연간 MD 계약 을 유지해야 해, 당장 매장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뿐 아니라 스타필드 등 복합몰에도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배스 앤 바디 웍스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채널을 확장해 운영한다. 시코르닷컴과 SSG닷컴,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달 중순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선물 수요를 겨냥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바디용품 업체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향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니치 향수 등의 가격대가 높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향기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바디용품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주춤해진 바디용품 시장
국내에 진출한 해외 바디용품 전문 업체들은 지난 10년 사이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더바디샵, 러쉬 등은 자연주의, 비건 콘셉트를 내세우며 주목받은 브랜드들이다.
국내에서 비에스케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영국 브랜드 더바디샵은 지난 1997년 한국에 진출해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5년 매출액이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22년 매출이 반등하며 연간 7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과거 900억원대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더바디샵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 매장 80여 개를 폐점했다. 같은 기간 신규 오픈 15개, 리뉴얼 4개 등을 진행해 현재 6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본사와 해외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더바디샵의 영국 모회사는 파산했다. 미국, 캐나다에서도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영국 브랜드 러쉬를 전개하는 러쉬코리아도 최근 들어 실적이 소폭 줄었다. 러쉬코리아는 2002년 말 명동에 첫 매장을 연 뒤 2020 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를 제외하면 해마다 성장해왔다. 하지만 2023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엔 매출이 전년보다 3% 줄었다.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줄어든 상태다. 현재 국내 러쉬 매장 수는 71개다.
경쟁 뜨거워질까
신세계의 가세로 바디용품 전문샵들의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배스 앤 바디 웍스와 더바디샵, 러쉬가 다루는 품목은 비슷하지만 브랜드별 강점은 다르다.
배스 앤 바디 웍스는 '향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25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향기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는 향수의 진한 향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아로마테라피 등 여러 목적으로 향기 제품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고 깊게 파고드는 10·20세대와 30·40세대의 주요 관심사인 웰니스(Wellness·몸과 마음의 종합적 건강) 트렌드 등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가격대는 바디워시(295ml) · 로션(236ml)은 1만9000원, 핸드크림 8000원, 핸드솝 9000원, 프래그런스 미스트 1만9000원 등이다. 이달엔 한 달 간 5% 추가 할인 등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러쉬는 환경, 동물, 인권 등을 중시하는 '윤리 소비'를 겨냥하고 있다. 원료 공정거래, 인권 보호 캠페인, 포장 최소화 등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매장 직원들의 활발한 고객 응대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편, 전체 제품의 약 90%가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비건 제품이어서 사용기한이 일반 바디용품들에 비해 짧은 편이다. 가격 측면에선 일본 등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아 직구를 택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있다.
더바디샵의 경우 자연 유래 원료를 내세우면서 마니아층을 보유해왔다. 다만 해마다 가격인상을 단행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엔 배스 앤 바디 99종, 프래그런스 46종, 헤어 14종, 스킨케어 2종, 액세서리 12종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인이라는 것이 더바디샵 측의 설명이다. 대신 충성고객 유입을 위해 올해 3월 쿠폰 자동 발급 등의 멤버십 혜택을 개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국내 제품과 제품력이나 향 등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선 가격이 관건"이라며 "가격대가 낮지 않기 때문에 가치소비나 향기로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자층을 겨냥하기 위해선 상당한 마케팅 비용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