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대체자가 천하를 가지리라
쿠팡과 로켓배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당일·익일배송을 정착시킨 로켓배송의 등장 이후 이커머스는 '속도 경쟁'에 접어들었다. 누가 더 빠르게 배송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유료 멤버십 등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소비자들이 '가장 싼 것'보다 '가장 빠른 것'을 원한다는 게 쿠팡의 성공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통시장 최강자 반열에 올랐다. 공정위 제재·갑질 이슈·멤버십 가격 인상 등 잇단 악재에도 소비자들은 '로켓'을 놓지 못했다. 쿠팡의 창립자 김범석 의장은 입버릇처럼 "우리의 미션은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외쳤다. 김 의장의 꿈은 거의 현실이 됐다. 거의.
쿠팡의 독주에 다른 이커머스들도 칼을 빼들었다. 각자의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예비 탈팡족'을 위한 대체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쿠팡에 앞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했던 G마켓도 마찬가지다. 이달 말부터 익일배송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시작했다. G마켓의 '별'은 '로켓'보다 높이 뜰 수 있을까. 이제 갓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배송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
탈팡족 정착할 곳은
G마켓과 옥션은 10년 전인 2014년부터 '스마일배송'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스마일배송은 업계 최초의 '익일합배송' 서비스다. 여러 판매자의 상품을 하나의 박스에 합쳐 배송해 줌과 동시에 익일배송까지 제공했다. 혁신적인 서비스였지만 익일배송이 100%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건 아쉬운 점이었다.
스마일배송의 익일배송률은 94%다. 이전같았으면 배송이 하루 늦어지는 게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시간 단위 경쟁이 펼쳐지는 지금은 이 '6%'가 곧 약점이 된다. G마켓이 100% 도착보장을 목표로 하는 익일배송 서비스 '스타배송'을 도입한 이유다.
스타배송은 '로켓배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서비스가 시작된 26일 오후, G마켓에서 스타배송 제품을 구입해 봤다. 섬유유연제와 냉동만두, 반려견용 캔 사료 등을 주문했다. 섬유유연제는 캡이 잠겨 있지 않아 배송 시 내용물이 새기 쉬운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냉동만두 역시 냉매가 적게 들어있거나 배송이 늦으면 금세 녹아 버린다. 배송 품질을 판단하기 좋은 상품이다.
주문한 제품은 다음날인 27일 이른 오후 집 앞에 도착했다. 주문 시간으로부터 채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빠른' 배송이라 이름붙일 만했다. 배송 속도만큼 중요한 '배송 품질'도 만족스러웠다. 그간 이용한 다른 빠른 배송 상품들의 경우 비닐에만 포장돼 속포장이나 케이스가 파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스타배송 제품들은 박스부터 내용물까지 깔끔했다.
섬유유연제의 경우 박스 안에 완충재가 충분히 들어 있어 흔들려 새거나 찌그러지는 일 없이 도착했다. 완충재가 부피를 줄이기 어려운 '에어캡'이 아닌 한 번 터뜨리면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 스트로팩(STROpack)의 에어플러스 제품인 것도 +1점. 냉동 만두 역시 스티로폼 박스를 뜯을 때까지 얼음팩과 드라이아이스가 녹지 않았고 만두도 단단하게 얼어 있는 상태가 유지됐다.
'6%' 잡아야 산다
스타배송의 최대 장점은 20여 년간 이커머스 시장을 리드해 온 G마켓과 옥션의 신뢰도다. G마켓에는 현재 약 50만명의 셀러가 3억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모기업은 국내 최대 유통 기업인 신세계그룹이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소비자들도 G마켓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월 7890원으로 치솟은 로켓와우 멤버십에 비해 가입비가 저렴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G마켓의 유니버스클럽 연회비는 4900원으로 로켓와우의 월 회비보다 적다. 여기에 현재 G마켓이 운영 중인 멤버십 1년 연장 혜택과 1만원 캐시 혜택을 고려하면 사실상 5100원을 '받고' 2년간 스타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스타배송은 이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수준이지만 생필품·공산품·주방용품·뷰티용품·상온 가공식품·디지털·가전 등 14개 카테고리에서 약 15만개의 상품이 대상이다. 향후 정식 운영에 들어가고 판매자가 확대되면 신선식품 등의 카테고리가 추가되고 상품 가짓수도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없어서 못 사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빠른 배송은 소비자에게만 좋은 건 아니다. G마켓과 옥션은 현재 배송이 완료되면 즉시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100% 익일배송이 정착되면 '100% 익일정산'이 동시에 도입되는 셈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단순히 배송이 빨라졌다는 것만으로 '탈팡족'을 모두 끌어들일 수는 없다. 오픈마켓의 장점을 활용해 더 다양한 상품군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재 평일에만 적용되는 스타배송이 주말·공휴일에도 보장되는 것도 필수 요소다. G마켓은 이르면 내년 중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고 스타배송을 대표 배송 브랜드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G마켓 관계자는 "현재 동탄 물류센터 외 냉장·냉동상품을 포함한 일반 판매자의 물류센터에서 발송하는 스마일배송 상품의 스타배송 서비스를 연내 도입하고 내년엔 3P상품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주말·공휴일 스타배송도 내년 중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