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오는 12월부터 '초코송이'와 '마켓오 브라우니', '오징어땅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지난 2022년 9월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추후 가격을 내리거나 증량하는 '착한 인하'에 나서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2년만에 또
오리온은 오는 12월 1일부로 총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가격 인상 대상은 카카오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들이다. 초코송이가 20%, 마켓오 브라우니가 10% 올랐고 톡핑(6.7%)과 오징어땅콩(6.7%)도 올랐다.
오리온의 핵심 브랜드 중 하나인 초코파이는 이번에서 제외됐다. 또 투유 초콜릿 등 일부 제품은 당분간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 인상된 원재료 부담을 덜려면 가격을 30% 이상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을 고려해 아예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당분간 카카오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종에 가까운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번 가격 인상의 주 요인은 카카오 가격 급등이다.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국제시세가 최근 2년간 4배 이상 급등했다. 견과류도 6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 카카오와 견과류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제과 업체들도 초콜릿을 중심으로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해태제과는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포키, 홈런볼, 자유시간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조정해 평균 8.59% 인상한다. 롯데웰푸드도 지난 4월 ABC초콜릿과 가나초콜릿, 빼빼로 등의 가격을 대폭 올렸다.
'카카오 쇼크' 못 버텼다
다만 오리온의 경우 올해 들어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가 부담 가중이라는 해명이 의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오리온은 식품업계가 상반기에 카카오·견과류 공급가 인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때도 올해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오리온은 지난 8월 말에도 이번에 인상이 결정된 초코송이, 마켓오 브라우니 등의 제품에 대해 '10년 이상 뚝심있게 지켜온 가격'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조2425억원, 영업이익 38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9.1% 늘었다. 특히 한국 법인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 1346억원으로 전년 1150억원 대비 17%나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은 16.4%다. 이 역시 전년 대비 2%포인트 가까이 개선됐다. 원가율 부담이 커졌다고 하지만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원가율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 3분기 오리온의 원가율은 61.1%로 지난해 61.3%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국내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초코파이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 이번에 가격을 올린 제품 중 마켓오 브라우니는 16년, 오징어땅콩은 13년, 초코송이는 11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는 점 등을 들어 오리온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미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인상에서 고래밥과 도도한나쵸, 마이구미 등 초콜릿과 견과류가 들어있지 않은 인기 품목들은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도 '성의'는 보였다는 분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 후에도 오리온 전체 61개 품목의 20%에 해당하는 12개 제품은 여전히 10년 넘게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가성비 있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