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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옷을 판다"…차별화 전략 통할까

  • 2025.02.12(수) 07:00

비식품 영역 확장…의류 유통망 자처
신규 출점 제동…사업 다각화 승부수
점포 경쟁력 강화…유입 고객 '락인'

/그래픽=비즈워치

편의점 업계가 의류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의류에 관심있는 소비층과 편의점의 핵심 소비층이 겹치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편의점 가서 옷 산다

편의점이 새로운 의류 유통 채널로 급부상한 것은 소비자가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어서다. 24시간 운영으로 뛰어난 접근성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과거 편의점은 식품 영역에 특화된 탓에 패션 카테고리를 품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GS25가 내달 2일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출시한다./사진=GS리테일 제공

실제로 GS25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을 잡았다. 다음 달 2일부터 무신사의 GS25 전용 라인업 상품인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3000여 개 매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매장 내에 무신사 전용 매대를 구성해 재킷, 팬츠, 티셔츠, 벨트, 속옷, 양말 등 총 12종의 상품을 진열한다. 이후 품목 다양화를 통해 전국 단위로 운영점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차세대 콘셉트 가맹 모델인 '뉴웨이브 오리진점'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매장 한쪽에 마련된 패션 코너에는 스트릿웨어 브랜드 뭉이 '숍인숍' 형태로 들어섰다. 맨투맨, 후드티 등 캐주얼한 아이템부터 양말 전문 브랜드 삭스탑의 패션 양말 10여 종도 만나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 뉴웨이브점을 도입할 수 있는 점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의류를 취급하는 곳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오리진점./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건 생존을 위해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신규 출점이 어려운 만큼 운영 중인 점포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에 있는 편의점 수만 5만개가 넘는 탓에 '한 집을 건너면 편의점 하나가 있다'는 말이 쓰인 지도 오래다. 결국 개별 점포들이 얼마큼의 차별화를 둘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성패가 갈리게 되는 셈이다.

특히 가성비 있는 비식품을 원하는 편의점 입장에서 의류 사업은 제격이다. 이미 가성비를 앞세운 의류 사업 전개로 큰 인기를 얻은 다이소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맨투맨과 후드티, 플리스, 패딩조끼 등이 속한 의류 카테고리를 '이지웨어'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의류의 작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4개월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했다.충성 고객 모으자

편의점 업계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매장 내 고객 유입이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충성 고객이 많지 않은 업종인 만큼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한 단독 상품을 출시해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도 노린다.

다만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점포 내 의류를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어 판매 가능한 가짓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점포에 모두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의류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다이소

베이직 의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다이소와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 중 '릴렉스 핏 크루 넥 반팔 티셔츠 2'는 온오프라인 가격과 같게 1만원대에 판매될 예정이다. GS25에서 판매하는 포장 패키지를 익스프레스 전용으로 출시할 뿐, 상품의 내용물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라는 게 무신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이소는 면 티셔츠를 균일가 정책에 따라 5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력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면 급할 때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긴급 수요'에 대응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 품질이나 성능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의류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무엇보다 편의점의 주된 타깃 연령층은 1030세대다.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백화점 동탄점./사진=무신사 제공

일각에선 입점 브랜드들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패션 브랜드 입장에선 자체 매장을 늘리지 않고도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넓혀나갈 수 있어 호재다. 그러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화로 변하면서 자칫 그간 구축해온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의점을 유통 채널로 사용한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표면적으로 봤을 때 질 좋은 베이직 아이템들은 이미 시중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편의점에서 유독 잘 팔리는 제품이 되긴 어렵다"며 "양사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광고적인 효과로 사용하기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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