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커피를 마시면서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잠'일 겁니다. 오전에는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카페인 수혈'이 필요하지만, 오후부터는 커피를 마시는 게 오히려 걱정되기도 합니다. 자칫 불면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이럴 때 가장 많이 찾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디카페인'입니다. 카페인에 대한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힙니다.
디카페인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커피콩(생두)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덜어낸 걸 뜻하는데요. 그런데 이 디카페인을 만들기 위한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여기에 디카페인 커피마다 들어있는 카페인 함량에도 차이가 있었는데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디카페인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발전, 또 발전
디카페인 커피는 12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03년 독일의 한 화학자가 최초로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생산해 내면서 시작됐는데요. 당시에는 찐 생두를 유기 화합물이나 용매를 사용해 카페인을 추출했습니다. 빠르게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고, 커피의 다른 성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화학적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한층 개선한 것이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방식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물을 이용한 카페인 제거 공법입니다. 1930년 스위스에서 개발됐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뜨거운 물에 커피콩을 불려 카페인을 걷어내고, 나머지 물을 생두에 다시 흡수시키는 겁니다. 커피콩이 상대적으로 열에 의한 손상을 적게 받아 비교적 자연스러운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디야커피를 비롯한 다수의 커피 브랜드들이 사용하고 있죠.

시간이 지나면서 카페인 제거 방식은 또 한 번의 발전을 거듭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해 내는 방식인데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을 가해 기체와 액체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합니다. 다른 공법들에 비해 비용적 부담은 크지만, 가공시간이 10분 정도로 짧아 커피의 향미를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스타벅스가 이 방법을 사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없앨 순 없고
어떤 공법으로 카페인을 제거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90~99%의 카페인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100%가 아니다 보니 디카페인 커피마다 카페인 함량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용량, 에스프레소 샷 개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 당연하고요.
특히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들은 커피에 든 카페인 함량이 적을 수록 마음 편히 드실 수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가 주로 마시는 커피 브랜드들의 카페인 함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먼저 스타벅스를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스타벅스의 톨(355㎖) 사이즈 한 잔에는 150㎎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의 카페인 함량은 10㎎입니다. 그란데, 벤티 등 사이즈가 커질수록 디카페인 커피에 든 카페인 함량은 5㎎씩 늘어납니다.

가성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저가커피 3대장 '메컴빽(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은 어떨까요. 메가커피를 제외하고는 사이즈가 클수록 카페인 함량이 두 배씩 늘었습니다. 일례로 컴포즈커피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용량은 591㎖, 946㎖로 두 가지인데요. 디카페인 함량은 각각 9.2㎎, 18.4㎎였습니다. 빽다방 역시 컴포즈커피와 마찬가지였고요.
용량이 늘어도 카페인 함량에 별반 차이가 없는 디카페인 커피도 있었습니다. 메가커피의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인데요. 일반적으로 용량에 따라 199.7㎎(710㎖), 290.8㎎(960㎖)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디카페인은 10.8㎎, 10.9㎎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큰 사이즈의 커피를 먹고 싶지만, 카페인 섭취량은 줄이고 싶을 때 좋은 대안이 되겠더군요.합리적 대안
앞으로도 디카페인 커피 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디카페인 수요가 늘자, 원두와 생두의 수입량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원두·생두의 총수입량은 7023.1톤입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7.7% 증가했고, 2019년보다는 약 3배가 늘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 제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게 되겠죠. 이미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판매된 아메리카노 10잔 중 한잔은 디카페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마 저도 이런 통계에 어느 정도 가담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릴 때 참 많이 들은 말 하나가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인데요. 커피를 끊기 어려운 저는 요즘 오후에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커피 한 잔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어 너무나도 좋습니다. 카페인만큼 확실한 각성제도 없겠지만,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디카페인 커피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유익한 시간이 되셨나요? 주말인 오늘도 저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러 나가야겠습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 저녁에는 꿀같은 잠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오늘은 카페인을 덜 마셔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