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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ESG 대명사였는데"…사라진 '리필스테이션'

  • 2025.04.04(금) 13:40

이마트·아모레·GS25 모두 중단
제도·인력·수요 모두 부족
화장품법 개정안 통과 여부 관건

리필스테이션 /사진=아이클릭아트

한때 친환경 소비 실천과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 마련됐던 '리필스테이션'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기업들이 ESG경영 차원에서 리필스테이션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시범 매장 운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매장 운영을 위해 공간, 인력, 장비 등을 투자한 것에 비해 그만큼의 수요가 뒤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리필스테이션은 샴푸·바디워시·세탁용품 등을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소비자가 직접 개인 용기를 지참하거나 전용용기를 구매해 원하는 내용물을 담고, 무게만큼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리필스테이션의 시작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업들은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2020년 1월 대형마트 최초로 '에코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에코 리필스테이션은 이마트·슈가버블·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협업해 도입됐다. 에코 리필스테이션은 한때 13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점점 매장 수가 줄었 결국 지난해 말 전 매장이 폐점다. 

이마트 에코 리필 스테이션 /사진=이마트

LG생활건강은 가장 마지막까지 운영한 매장이 이마트 죽전점 매장이었지만, 리뉴얼을 거치면서 운영을 종료했다. 현재 LG생활건강은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편의점도 리필스테이션을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하는데 그쳤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2021년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등을 충전해 구매하는 자판기 형태의 리필스테이션을 한 개 매장에서 시범운영했다. 편의점 특성상 근거리에 많은 매장을 보유한 만큼 리필스테이션의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수요가 적어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020년 리필스테이션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23년을 마지막으로 리필스테이션 운영을 종료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3년에 새로운 리필 제품을 30개 이상 확대했다"며 "제품에 내용물을 다시 채우는 리필러블 제품이나 내용물을 교체하는 리플레이스 제품 등 환경을 위한 더욱 다양한 시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활성화 안된 이유

리필스테이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운영과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상 속 탄소중립 녹색생활 실천 시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를 시행하고 있다. 리필스테이션도 그 중 하나다. 리필 매장을 이용할 때마다 2000원을 환급해 준다. 하지만 리필 매장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이용이 어려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리필스테이션을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규제'를 꼽는다. 화장품법 제3조에 따라 화장품을 소분해 판매하려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이 해당 매장에 상주해야 한다. 문제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1년에 2회 진행되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 시험의 회차당 평균 합격률도 19.6%로 낮다.

리필스테이션 /사진=아이클릭아트

2021년엔 규제 샌드박스에 '화장품 리필매장'이 선정되면서 매장 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도 리필 매장 운영이 가능해졌다. 당시 알맹상점과 이니스프리 등 총 2개사가 규제실증 특례로 승인을 받았다.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할 때 알맹상점은 4곳, 이니스프리는 2곳의 리필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실증기간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였다. 조제관리사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비교해 조제관리사의 부재에 대한 부작용을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와 알맹상점 1곳은 특례기간 중 사업을 종료했다. 이니스프리는 리필스테이션을 철수한 상태다.

개정안 시행될까

지난해 12월 국회에선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안됐다. 개정안에는 '화장품의 소분 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대신해 소분 안전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은 종업원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화장품협회는 기업들이 조제관리사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여 개정안에 동의했다. 반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관련 단체는 자격증 취득자의 권리를 훼손할 우려와 제도가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다며 개정을 반대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 임시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대기업 중심의 리필 매장은 축소됐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리필 매장 활성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제로웨이스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과 제로웨이스트 상점 총 250개소를 모집하기로 했다. 선정된 제로 웨이스트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기업 30곳은 1년간 보조금 600만원을 한번에 지급받는다.

소분·리필스테이션 운영이나 다회용기 및 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을 전개하는 매장 220곳에도 연간 보조금이 각각 지급된다. 기존 서울시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 매장 180곳에는 190만원, 신규로 참여하는 매장 40곳엔 250만원을 지급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기적인 '리필데이' 운영과 매장 외 외부에서도 리필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의 ESG 경영이 단발적인 이미지 제고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과 함께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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