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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반값'에 내용물만…아모레의 '리필' 실험

  • 2021.04.13(화) 13:56

샴푸 등 본품 대비 절반 가격…내용물만 판매
"향후 확대 계획은 아직"…리필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최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카페를 갈 때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편이다. 기왕이면 개인 컵 사용 시 금액을 할인해주는 카페를 찾아다닌다. 환경파괴를 줄이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해진다. 

뷰티 대표 기업 아모레퍼시픽도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발 벗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경기도 광교 앨리웨이에 리필 매장의 문을 열었다.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을 원하는 만큼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다는 아모레퍼시픽 광교점을 찾았다. 

◇ 입장 시 전원 자동 손 세정제로 ‘안심’

아모레퍼시픽 광교점에 들어서면 QR코드 인증과 함께 손 세척을 진행해야 한다. 입구 바로 옆에 놓인 자동 손 세정제 기계에 손을 대면 물비누와 깨끗한 물, 핸드타월이 순서대로 나온다. 코로나19로 청결, 소독에 민감해진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한다.

아모레퍼시픽 광교점은 '체험형 뷰티매장'이다. 다양한 아모레퍼시픽 제품들을 테스트 해볼 수 있고 ‘리필 스테이션’은 그 중 일부다. 반짝이는 색감으로 유혹하는 아모레퍼시픽 제품들을 뒤로하고 왼쪽 중앙에 위치한 ‘리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리필 스테이션’의 첫 이미지는 수제 생맥주 제조기였다. 레버를 당기면 종류별로 시원한 생맥주가 콸콸 나올 것 같다. 직접 제품을 따라보고 싶었지만 운영상 허용되지 않아 아쉬웠다. 

◇ 제품 오염 등 방지 위해 리필 전용 용기 필요

‘리필 스테이션’ 이용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리필 전용 용기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리필 전용 용기인 ‘이니스프리 리스테이 리-스펜서’는 코코넛 껍질과 무기질을 함유해 플라스틱 사용을 30% 줄였다. 외형 디자인은 코코넛을 연상시키면서도 도자기 같은 단아한 느낌이다. 리필용기는 매장에서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날 리필 했던 제품이 350㎖에 7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용기에도 제품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직원에 따르면 리필용기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 제작됐다. 기존 용기는 펌프 등의 오염으로 재사용 시 안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펌프에 맞춰진 용기는 입구가 좁아 깨끗하게 세척하기도 어렵다.

반면 리필 전용 용기는 3단 분리 형태로, 몸체 입구를 넓게 개발해 세척과 리필이 용이하도록 제작됐다. 특히 리필 전용 용기는 매장 내부에 설치된 살균기로 살균이 가능하다. 물기가 있으면 살균기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집에서 세척 후 건조한 리필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또 리필 스테이션은 담당 직원이 직접 제품을 소분하기 때문에 오후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시간 내에 방문해야 이용할 수 있다. 

◇ 반값에 내용물만 리필…최대 용량 350㎖

설명을 마친 담당 직원이 레버를 당겨 내용물을 담기 시작하자 전자저울에 무게가 측정된다. 제품이 나오는 호스에는 명찰이 달려있다. 제품 제조 일자와 10㎖ 당 본품 가격, 리필 가격이 적혀있다. 이날 리필한 제품은 본품 10㎖ 당 400원, 리필은 200원이었다. 리필 구입 가격이 50%나 저렴하다. 초기 리필 전용 용기 구입은 부담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속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한다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광교점 내 '리필 스테이션'에서 담당 직원이 샴푸 내용물을 리필 용기에 담고 있다.

순식간에 정확히 350㎖가 담겼다. 원한다면 더 적은 용량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최대 용량은 350㎖다. 리필용기에는 라벨도 없고 제품에 대해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제품 하단에 제품명과 사용기한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적힌 카드를 동봉해준다. 앞면에는 담당 직원이 제조번호와 조제일자, 사용기한, 용량, 판매가를 직접 기재하고 뒷면에는 효능효과, 용법용량, 전성분, 사용상 주의사항 등이 적혀있다.

◇ 리필 사용 확대로 선순환 구조 조성

리필 제품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실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광교점을 방문하는데 무려 왕복 4시간이나 걸렸다. 교통비를 감안하면 본품 대비 50% 저렴한 가격도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샴푸를 다 쓰면 4시간이나 걸려 광교까지 다시 오는 상상을 했다. 조금 멀더라도 개인 컵을 들고 금액을 할인해주는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던 것처럼. 평일에 샴푸가 동이 나면 며칠은 머리를 못 감는 상황까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모레퍼시픽에 문의해보니 아직 광교점 외에 추가로 리필 스테이션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4시간이나 걸려 리필 용기를 들고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리필 제품 설명이 적힌 카드(위), 살균 중인 리필 전용 용기(왼쪽 아래), 3단 분리로 세척과 살균이 용이한 아모레퍼시픽 리필 전용 용기(오른쪽 아래).

기업 입장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을 확대 운영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기존 제품에 더해 쏟아지는 신제품과의 경쟁 속에서 특정 제품만 가능한 ‘리필 스테이션’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조건 기업에 손해를 감수하고 리필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이 먼저 제품 리필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지속적으로 리필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기업도 운영을 확대하고 불편함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결국 플라스틱 용기사용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불편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만간 서울에도 ‘리필 스테이션’이 운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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