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 제로를 내놨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의 비알코올 맥주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무알코올을 강조한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0.00'에 1위를 빼앗기자 결국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비맥주는 무알코올 맥주인 '카스 올 제로'와 기존 비알코올 맥주 '카스 제로'를 각각 가정 시장과 유흥 시장용으로 이원화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리도 나왔다 0.00
오비맥주는 최근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의 무알코올 버전인 '카스 올 제로'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알코올과 당류, 칼로리에 글루텐까지 '제로'를 구현한 '4무(無)알코올 맥주'다. 카스만의 제조 노하우를 통해 라거 맥주 특유의 청량감과 시원하게 톡 쏘는 탄산감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오비맥주가 무알코올 맥주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이전까지 비알코올 맥주인 카스 0.0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비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알코올 맥주와 달리 0.05%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다. 제조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비알코올 맥주의 경우 맥주를 만든 뒤 완성된 맥주에서 알코올을 추출해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0.05% 미만의 알코올이 남게 된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도수 1% 미만의 알코올이 포함된 제품은 비알코올 음료로 분류된다.
무알코올 맥주의 경우 알코올이 없는 맥주라기보다는 맥주 맛을 낸 탄산음료에 가깝다. 정제수에 탄산을 주입하고 맥아 엑기스와 홉, 맥주 향을 넣어 맥주 맛을 구현한다. 제조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기지 않아 완전한 '무알코올'을 구현할 수 있다.
0.0 있는데 0.00 왜?
비알코올 맥주인 카스 0.0을 운용 중인 오비맥주가 굳이 비슷한 카테고리인 무알코올 맥주 신제품을 내놓은 건 비알코올 맥주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무알코올'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알코올 맥주를 피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SNS 등에도 '진짜 무알코올 맥주 구분법' 등의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특히 운전을 해야 하거나 임산부 등 알코올 섭취에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 비알코올 맥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0.05% 미만의 알코올은 김치나 과일 주스 등에 들어있는 알코올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맛이나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무알코올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게 된다.
실제로 카스 0.0은 지난 2023년 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무알코올·제로 칼로리를 강조한 하이트 제로에 1위를 내줬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하이트 제로는 시장 점유율 37.5%로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기간 카스가 꾸준히 맥주 점유율 40% 이상을 유지하며 1위를 지켰음을 감안하면 눈여겨 볼 만한 현상이다. 결국 오비맥주 역시 조금의 알코올도 섭취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가기 위해 무알코올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비맥주의 경우 카스 올 제로와 함께 기존 비알코올 맥주인 카스 0.0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무·비알코올 제품군을 통일하지 않고 두 제품 모두 운용하는 건 '맛'에서는 발효법을 사용한 비알코올 맥주가 낫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와 동일한 제조 방식으로 만든 뒤 알코올만 제거하는 비알코올 맥주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알코올 맥주에 비해 맛과 향이 풍부한 편"이라며 "취하고 싶지는 않지만 맥주의 맛도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은 비알코올 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 제로'를 11번가와 G마켓 등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가정 시장 타깃의 제품으로 운용하고 비알코올 맥주 '카스 0.0'은 유흥 시장을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다. 주점이나 식당 등 유흥 시장에서 제로 맥주를 찾는 소비자와 가정에서, 일상 생활에서 제로 맥주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가 다르다는 판단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특정 제품에만 주력하지 않고 다양해지는 시장 요구와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논알코올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