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법정 최고이자율 상한선을 연 10%로 낮추자는 제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출 수요가 제도권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는 만큼 급격한 인하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법정 최고이자율을 낮추면 금융회사는 손님을 가려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출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고 그만큼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만 곤란해질 수 있다.
전문가 의견도 마찬가지다.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는 '연 10% 이자 상한선'이 가혹한 숫자라고 입을 모은다. 밖에서 보면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자금조달 및 대출 심사·관리 비용, 연체율 등을 하나씩 따져보면 결코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융위원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긴 했지만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 요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국회엔 이 내용을 반영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설사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도마 위에 오른 이상 논의가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 10% 이자 상한선이 향후 논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최고이자율 인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출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 된다. 최근 만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출 업무를 담당했을 때 차주의 사업장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수시로 매장을 몰래 드나들었다고 했다. 추심을 위해 차주의 금융 이력을 훑어보고 촉이 오는 곳을 찾아 전국을 오가기도 했단다.
이런 비용이 하나둘씩 쌓여 대출 이자를 높인다. 결국 이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애초 심사 단계에서 상환 의지가 없는 차주를 추려낼 수만 있다면 더 낮은 이자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실제 상위권 저축은행 상당수는 자체 역량에 외부 기술을 더한 신용평가 모델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런 노력만으로 연 10% 이자 상한선의 조건을 달성하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저신용자 신용대출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돌연 일자리를 잃거나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불상사가 생겨 목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멀쩡하던 회사가 갑자기 위기로 내몰리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신용등급 4~7단계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는 만큼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보증부 대출상품이 여럿 나와있지만 시중은행 위주로 유통되는 구조여서 2금융권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저신용자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자율을 내리도록 쥐어짜면 그 부작용은 은성수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명약관화하다. 소수는 이자율 인하에 따른 혜택을 누리겠지만 오히려 상당수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당장의 정치적인 목적보다는 진정 서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볼 일이다.